나는 어머니와 종종 여행을 떠난다. 어렸을 땐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지금은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린 여행한다. (내 아내는 나와 어머니의 여행을 지지해 준다.)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내게 가장 중요한 멘토이자 안내자였다. 나를 만든 사람, 나에게 생의 기회를 열어 준 사람, 나를 키워 준 사람, 그가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와 나는 가장 진실된 친구이자 서로를 믿고 응원해 주는 관계다.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이런 관계가 한 인간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배웠다. 나는 내 딸애들과의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것은 어머니의 영향이자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내 딸애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그들을 마음 속 깊이 신뢰하며 그들에게 기회를 주려 노력해 온 데엔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다.
나의 어머니,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모든 이에게 어머니는 특별하겠지만, 내 어머니, 특별하게 자기 삶을 살아 온 사람이다. 20대에 회사에서 우연히 아버지(책임감이라곤 제로인 사람)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누나와 나를 낳았다. 그렇게 우린 가족이 되었다.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는 늘 거의 부재한 상태였으나 어머니만큼은 한결같이, 책임감 있게 그 자리를 지켰다. 줄기 굵은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부모의 의무다. 어머니가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 대신 가장의 짐을 졌다) 돈을 벌었고, 일을 했고, 세상의 역경에 홀로 부딪혔다. 얼마나 두렵고 외로운 여정이었을까?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먹여 살리려 세상에 나가 분투했고, 싸웠고, 언제나 작은 결실을 가지고 돌아오곤 했다.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마음 상태가 어떨지 어렵지 않게 알고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이 아팠고, 속상했고, 얼른 커서 뭐라도 해 어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고 싶은 게 많았고 시시때때로 어머니를 졸랐으며 어머니를 힘들게 했다. 그 어려운 형편 속에서 어머니는 대체로 내 필요를 채워 주셨다. 지금 그 아이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철부지 행동을 반복할 게 뻔하다. 아이는 아이일 뿐 철이 없으니.
어머니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남자는 평생 정복자가 된 듯한 느낌으로 산다. 그만큼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이런 믿음이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조던 피터슨은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프로이트의 말을 소개하며 이렇게 서술한다. 아들에 대한 특별 대우의 장점도 있다. 특별 대우를 받고 자란 아들은 다방면으로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이트도 자신이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나 조던피터슨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들의 글과 말에서 나 자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 좀, 특별 대우를 받으며 자란 남자다.(그래서 내 아내는 꽤 힘들 것이다.) 물론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공평하게 사랑하고 먹이고 입히셨다. 다만, 왠지 나는 어머니가 그리고 누나가 마치 특별한 인간처럼 날 대접해 준 것이 사실이다. 나의 아내는 가끔 그 사실을 내게 지적해 준다. 오빠, 오빠네 집에서 되게 특별한 사람이야.
그래서인지 프로이트 말처럼 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타인으로부터 왕자병이란 말도 간혹 들었다, 물론 반론하고 싶을 만큼 억울하지만. 타인의 눈에 나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왕자병은 아니지. 나는 왕자가 아니고, 그렇게 행세한 적도 없다고 믿는다. 나는 어머니 밑에서 겸손함, 성실함, 자신에 대한 신뢰 등을 배웠다. 타인을 존중하고, 말을 삼가며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다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불의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엄정하게 행동하는 편이다. 불의에 동조하거나 집단 혹은 무리에 섞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대체로 단독자처럼 행동하고 살아왔다. 나는 무리에 의미 없이 섞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은 나를 왕자병이라고 말한 듯하다.)
어머니, 언제나 나를 내 의견을, 내 견해를 지지해 주셨다. 그래서 오늘에 이른 것, 맞다. 그런 어머니를 만났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며 받은 가장 큰 축복이다. 하나님은 나에게 온갖 시련과 고통, 역경을 주셨는데 이것을 어떻게든 짊어지고 견뎌 내라는 의미로 어머니와 내 아내, 가족을 선물로 주신 것 같다.
온전히 나를 신뢰하는 어른 밑에서 30년을 보냈으니,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있겠는가?
여자들, 여자는 위대하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여자다. 그래서 여자는 그 자체만으로 위대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자들이 범접할 수 없는 헌신, 신뢰, 희생, 책임감이 여자들에게 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여자를 존중한다.
나에게 해 주지 못한 것, 해 주지 못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시는 내 어머니를 본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것이 절대적인 것들이고, 큰 것들이며 온전한 것들이기에 나는 어머니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웬만큼 쓸모있는 지능, 성실성, 세상에 대한 긍정적 관점, 책임감, 도전 정신, 불굴의 목표, 이 모든 것, 어머니가 있었기에 가질 수 있었다. 나는 건강한 편이고,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건강하리라. 이것도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다. 내가 받은 유산, 어마어마한 것이다 - 돈으로 환산 불가능하다. 한 인간이 세상에 나와 긴 여정을 항해해 나아갈 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것이 아닌가? 이것들은 모두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다.
내가 내 딸애들에게 줄 유산도 이것들뿐이다. 돈? 집? 학벌? 단언컨대 나는 이런 것들을 줄 생각은 없다. 이것은 자기 자신이 해결해 나갈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을의 끝에서, 어머니가 생각난다. 평생 누나와 나를 키우려 헌신해 온 어머니. 지금은 교회에서 그 헌신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와 여행을 가고 싶다. 단풍, 계곡, 노을, 바다가 있는 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고 싶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밤길 드라이브를 하며 이런저런 감상에 빠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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