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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면 팀장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닌가?

by 김정은

지금 내 팀장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 말라.






입사해서 십수 명의 팀장을 거치고 경험했다.


바이스, 캡, 팀장, 부장, 국장... . 저 위까지 올라가자면, 본부장, 사장이 있다.


보직을 맡았다는 것은 유능함과 자격의 증표야.


조직에서 흔히 유능함과 능력을 인정받은 증표로 간주되는 것이 보직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DALL·E 2023-11-10 09.26.49 - A dignified and solemn painting in the style of Rembrandt, depicting a middle-aged gentleman. The gentleman is portrayed with a serious expression, re.png 팀장의 자격


그러나 내 경험상 보직,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조직에서는 그저 줄 잘 타면 보직을 맡는 경우, 허다하다. 다른 조직? 능력을 인정받으면 보직을 얻는다고?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집단, 어느 조직이나 줄을 잘 타야 한다. 사기업, 사조직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더러운 걸 손에 묻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위에서 시키는 것을 군말없이 처리해 낼 사람이어야 보직을 받을 수 있다. 깐깐하고, 자신의 세계가 뚜렷하며 혁신적이고 도덕적인 사람들, 어느 집단에서나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그러려면 보스가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보스, 어디 흔한가?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고 해도, 스스로 리더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는 어느 집단에서나 바람직하다. 그 직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을 갖추고 능력을 키우고 안목과 품성을 성장시키려는 노력이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억지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노력을 일정 기간 동안 지속해 왔다면, 어떤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실패하며 문제를 해결해 온 과정이 있다면 그는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런 사람, 어느 집단에서나 흔치 한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이야기해 보세요.


일론 머스크가 사람을 선택할 때 반드시 묻는 단 한 가지 질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만약 사람을 선택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다면 이 질문을 할 것이다. 반드시 이 질문을 해야만 하리라. 문제를 해결한 과정에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사고, 철학, 행동양식, 도전정신, 사회성, 근면성 등 실로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질문이다.


전혀 문제 자체를 찾으려 하지 않고, 문제를 바로 보려고 하지도 않으며 문제를 문제삼으려 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며 회사 생활을 했다. 그저 시킨 것을 하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퇴근하는 사람들. 목표가 없으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인식의 틀이 없기 때문에) 세상을 바로 볼 수 없다면 문제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그저 아름답거나 추하고 삶의 시계는 그저 심미적으로 흘러갈 뿐이다. 모든 것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 되는지, 내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로만 판단될 뿐이다. 문제를 삼는 것도 싫고 문제에 끼어드는 것도 싫으며 문제에 참여하는 것도 거부한다.


내가 볼 때 스티브잡스나 일론머스크 같은 사람들의 위대성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이들은 그저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부지런했고, 지능을 갖췄으며 성실했다.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해 나갔다. 그들에게는 하나같이 뚜렷한 목표, 목표의식이 있었다. 이 목표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모으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세우고 실천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방해꾼이 등장하며 실패나 난관을 겪어나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십이 생긴다.


물론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사람들, 분명 정상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이들처럼 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당 80시간 이상을 일에 모두해야 하고, 가정도 없고 여유도 없으며 여가 생활도 반납해야 이들의 자리에 갈 수 있다. 이들은 워크홀릭이다. 모두가 이들의 삶을 따라할 수는 없는 이유다. 다만, 이들의 태도, 이들의 마음가짐에는 본받을 만한 것이 있다.


어느 조직에 속한 자라면 대개 리더가 되길 갈망하지만 리더의 자격을 갖춘 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우선 뚜렷한 목표 의식과 문제를 해결해 나간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 모습이다. 그런데도 연차가 됐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후배가 많다고 자신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사람들, 흔히 착각한다.


리더 자격이 없는 이들이 수없이 리더 자리를 거쳐 갔다. 그중 많은 이들이 퇴직했고 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다시 또 리더의 자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자들을 보는 것이 불편하고 때론 화가 나지만 어쩌랴. 그게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 무엇일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권한다. 누가 아는가? 독자 여러분이 리더의 자리에 앉게 될지. 만약 그렇게 되면 나 같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는 무능력하고 생각 없는 리더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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