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극은 여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걸 비극이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지켜보는 아빠 입장에서 절대 희극은 아니다. 물론 지금은 최악이었던 상태와 비교해 보면 아주 좋아진 편이다. 거기엔 내 노력도 분명 한몫 했다. 비법이 있었다. 궁금한가?
비법이란 사실 간단한데, 언니를 동생처럼 대한 것이었다. 이 비극을 말없이 지켜보면서, 도대체 해법이 뭘까, 고민하던 중 머리를 스쳐가는 게 있었다. 만약 첫째가 외동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첫째, 아주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던 게 틀림없었다. 누군가, 말해주었었다. 동생이 생기는 건 첫째 입장에서는 남편이 첩을 데리고 들어올 때의 조강지처 심정 같은 것이라고.
두 아이를 동등하게 대해 주는 것만이 해법이 될 수 없었다. 공감하시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거, 아무리 해 봤자 아무 쓸모가 없다. 첫째에게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첫째가 너무 힘들어하고 동생 때문에 거의 괴로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나, 싶었는데 나는 동등함을 넘어서야 한다, 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첫째를 아가라고 불렀다. 호칭, 이 호칭부터가 아주 중요하다. 이 방법, 바로 먹혀들었다. 큰 아이한테 아가라고 부르면 좋아할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는 걸 확인한 것이다. 이거구나! 큰애는 종종 둘째를 애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얘가 몇 살인데 애기야? 무심코 듣고 넘겼는데, 자기한테 아가라고 불러 줄 땐 그저 좋아라 하는 것을 보니 이거구나, 싶었다.
첫째와 아빠 단 둘만의 시간을 늘려 나가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그것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 둘만 있을 땐 무조건 첫째 편이 되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첫째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듣고 호응해 주니 이 아이, 마음이 스르르 녹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나와의 데이트를 무척 좋아한다. 둘만 나갈까? 물으면 그럴까? 하고 바로 받아들인다.
나는 첫째 아이를 향해 틈 나는 대로 스킨십을 한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입을 맞추고 안아 준다. 우리 아가, 얼마나 힘드니. 정말 수고했구나. 너 같은 성실한 아이는 처음 봐. 아이는 관심없는 척하지만 내심 그 말을 반기는 모양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무려 십수 년 간 이어진 첫째 아이와 둘째 사이의 비극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완전한 청소는 불가능하다. 그건 신도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사실상 자연의 방식으로 나타난 최초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인도 아벨을 잔인하게 죽인 것, 즉 인류 최초의 살인은 형제 살인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문제, 간단하지 않다.
그러니, 나는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만족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데 어젯밤 문제가 터졌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렇다.
우리 가족 대화방이다. 슈퍼울트라짱짱베스트프랜드토토가 첫째고 젤라또가 둘째다. 나는 이 대화를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열어 봤다. 죽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첫째가 둘째를 향해 어떤 물건을 사지 말라고 압박하다가 맨 마지막 뱉은 말이 충격적이다.
죽어. 죽어? 나, 오늘 아침에 이거 열어 보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죽어?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한 걸까? 첫째 아이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여러 가정을 해 보았다. 이런 뜻인가? 저런 뜻인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말, 너무 지나치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 아내는 지금 개인 일정으로 오사카에 있다.)
오빠, 혹시 가족 톡방 봤어?
응. 봤어.
너무 충격적이지 않아?
아, 그 죽어라고 한 거?
응. 믿기지가 않아. 이게 무슨 말이야?
그러게, 나도 오늘 아침에 봤는데 좀 충격적이긴 했어. 활리 일어나면 물어보려고.
좀 세게 혼내야 할 것 같아, 오빠. 심각해.
알았어.
아내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오늘 오전, 아이들이 기상하면 첫째를 혼낼 예정이다. 어떻게 혼내야 할까?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좋은 의견이 있는 독자는 댓글을 달아주시라.
참고로 내가 첫째 아이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어떻게 혼을 냈는지는 오늘 저녁 공개할 예정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독자가 있다면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구독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하며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독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