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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코트의 즐거움

by 김정은

남자가 무슨 코트야? 그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코트에 무슨 남녀가 있는가? 남자, 코트를 입으면 멋있어진다. 자신의 몸에 맞는 스타일, 어울리는 색상, 길이 등을 찾을 수 있다면 코트 하나로 멋진 겨울을 날 수 있다.



DALL·E 2023-11-14 08.20.12 - An 18th-century style portrait of a man wearing a winter coat. He stands poised with an air of nobility, his coat finely tailored in the fashion of th.png



겨울 코트, 나는 좋아한다. 울이나 캐시미어로 만들어진 두툼한 코트는 값이 비싼 편이지만 따뜻하고 멋스럽다. 코트 때문에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코트 사랑, 유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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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일곱 살이고 지금 옷장에 아마도 열 벌 정도의 코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대여섯 벌이 겨울 코트다. 색상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대부분 네이비다. 네이비색 캐시미어 코트는 가장 흔하고 (내 손까지 들어온 걸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만들고) 잘 안 팔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네이비 코트는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고 때가 덜 타며 겨울 의상으로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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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깃이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 소매 끝이 단정하게 손목을 조여주는 느낌, 코트 끝이 무릎 뒷쪽을 톡톡 건드려 주는 느낌이 좋다. 겨울이 오면 이 느낌 때문에 코트를 즐겨 입는다.


나는, 코트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일하면서 코트를 입기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도 많기 때문이다. 내 친한 형, 동생들 중에는 배달, 택배, 식음료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소위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결혼식 같은 특별한 행사 때에만 코트를 입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코트 입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리라.


나는 보통 전 날 저녁이나 일어나자마자 새벽에 오늘 뭘 입을지 결정하곤 하는데 코트를 입기로 한 날, 그 즐거움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다. 출근하는 것은 고역이지만 이런 즐거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면 어려움을 조금 덜 수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침 사진 찍기, 걷기의 즐거움,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 같은 것도 도움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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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자주 나타나는 감정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이 녁석 좀처럼 내게 오지 않는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삶은 대체로 고통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한다는 것, 가족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 내 할 일을 차곡차곡 해낸다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운명처럼, 삶은 어렵고 고통스러움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행복의 요소를 스스로 발견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든 좋으리라.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 신나게 하는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누린다면 그날 하루, 우린 작은 빛를 만날 수 있다. 그런 빛이 없다면 일상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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