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무슨 코트야? 그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코트에 무슨 남녀가 있는가? 남자, 코트를 입으면 멋있어진다. 자신의 몸에 맞는 스타일, 어울리는 색상, 길이 등을 찾을 수 있다면 코트 하나로 멋진 겨울을 날 수 있다.
겨울 코트, 나는 좋아한다. 울이나 캐시미어로 만들어진 두툼한 코트는 값이 비싼 편이지만 따뜻하고 멋스럽다. 코트 때문에 겨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코트 사랑, 유별나다.
나는 마흔일곱 살이고 지금 옷장에 아마도 열 벌 정도의 코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대여섯 벌이 겨울 코트다. 색상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대부분 네이비다. 네이비색 캐시미어 코트는 가장 흔하고 (내 손까지 들어온 걸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만들고) 잘 안 팔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네이비 코트는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고 때가 덜 타며 겨울 의상으로 무난하다.
코트 깃이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 소매 끝이 단정하게 손목을 조여주는 느낌, 코트 끝이 무릎 뒷쪽을 톡톡 건드려 주는 느낌이 좋다. 겨울이 오면 이 느낌 때문에 코트를 즐겨 입는다.
나는, 코트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일하면서 코트를 입기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도 많기 때문이다. 내 친한 형, 동생들 중에는 배달, 택배, 식음료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소위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결혼식 같은 특별한 행사 때에만 코트를 입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코트 입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리라.
나는 보통 전 날 저녁이나 일어나자마자 새벽에 오늘 뭘 입을지 결정하곤 하는데 코트를 입기로 한 날, 그 즐거움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다. 출근하는 것은 고역이지만 이런 즐거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면 어려움을 조금 덜 수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침 사진 찍기, 걷기의 즐거움,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 같은 것도 도움이 되리라.
행복이란 자주 나타나는 감정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이 녁석 좀처럼 내게 오지 않는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삶은 대체로 고통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한다는 것, 가족을 이끌어 나간다는 것, 내 할 일을 차곡차곡 해낸다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운명처럼, 삶은 어렵고 고통스러움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행복의 요소를 스스로 발견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든 좋으리라.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 신나게 하는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누린다면 그날 하루, 우린 작은 빛를 만날 수 있다. 그런 빛이 없다면 일상은 지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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