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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과, 14번째 크리스마스

by 김정은

해피 크리스마스 !


메리 크리스마스 !


언어는 많은 기억을 담고 있다. 이 한 마디 말만으로도 설렌다면 당신의 낭만, 동심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게 틀림없다. 나, 여전히 크리스마스 풍경, 캐롤, 거리의 눈 풍경 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크리스마스는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 크리스투스)와 '모임'(massa 마사)에서 온 영단어다. 물론 그 기원은 성경의 신약 속 예수 탄생이다. 예수님, 신자와 불신자를 막론하고 커다란 선물을 주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탄생기념일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단연 캐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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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은 1818년 학교 선생이었던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가 작곡하고,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Oberndorf bei Salzburg)에서 카톨릭 사제였던 요제프 모어(Joseph Mohr)가 가사를 붙였다. 두 사람은 교회 내에서 사제와 오르간 반주자로서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1818년, 크리스마스 축제를 얼마 앞두고 당시 26세인 모어 사제는 그루버 선생에게 축복이 가득한 성탄 전야에 모여들 마을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무엇인가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그루버도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을 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곡이다.



스크린샷 2023-11-16 오후 8.58.08.png 프란츠 그루버


크리스마스 캐럴은 14세기 가톨릭 미사 음악으로 처음 등장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창밖을 보라(Look out the window), 울면 안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루돌프 사슴코(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징글벨 등이 대표적이다.


썰매를 타고 몰래 와 양말에 선물을 두고 가는 푸근한 이미지의 할아버지 산타클로스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나, 어렸을 때, 이 할아버지 때문에 꽤 설렜다. 베개 맡에 선물을 두고 갔을지 일어나자마자 확인해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가, 하는 문제는 내 아이가 웬만큼 컸는가, 아직 애기인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내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정도까지 산타클로스를 믿었다. (믿는 척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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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관습은 쓸모없지 않다. 그중에는 우리 현실로 가지고 들어와 활용하고 즐기고 내것으로 만들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먼 과거와 지금의 나 사이에 긴 끈을 연결해 친밀감을 교환하는 행위이며 그 끈을 미래 후손들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이다. 크리스마스, 잘만 활용하면 가족의 의미, 생의 가치, 살아 있다는 작은 축복을 되새길 수 있는 농밀한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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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어린 시절엔, 저 아래 소복이 쌓여 있는 눈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라도 방 한쪽에 해 둘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한번은 어머니와 함께 작은 소나무를 잘라 집으로 가지고 와서 장식을 한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이것으론 내가 상상하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수 없어, 라고 생각했던 게 떠오른다. 더 근사한 무엇을 원하긴 했어도, 모든 상황이 신나고 흥분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의 픽업 트럭을 타고 산으로 가서 쓸 만한 크기의 나무를 찾고 톱으로 베어 트럭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화분에 나무를 고정시키고 장식을 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생생히 떠오르니까.


그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내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나는 매해 아이들에게 근사한 크리스마스 기억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땐 산타 복장을 하고 가서 내가 직접 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아이들은 혹시 그 사람이 아빠 아니였나며, 양말이 아빠 양말이었다고 우기기도 했었다.) 물론 나는 의심하는 아이들에게 절대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꿀 권리가 있으니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론 사고 싶어 하는 걸 미리 파악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해 아이들 몰래 배송 박스를 뜯어 차에 숨기고 다니다가 크리스마스 아침에 자고 있는 아이들 머리맡에 두었다. 어느 해엔가는 차 트렁크에 숨겨둔 박스를 들켜 그것, 혹시 아빠가 미리 선물 사서 가지고 있던 것 아니냐고 추궁을 받기도 했는데 그때도 나는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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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당일보다 그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긴장감과 기대감은 배가 된다. 무기도 넣어두고 있을 때 효과가 있지 막상 꺼내어 보이면 이미 쓸모가 사라지는 것 같이 크리스마스도 당일보다 전날 저녁이 훨씬 더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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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처럼, 산에 가서 나무를 고르고 톱으로 베어 트리를 고를 일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겐 없다. 코스트코에만 가도 완성품 트리가 즐비하니까. 아이들은 그것만 보고도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11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중이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자마파티를 한다는둥, 선물을 미리 준비해 교환식을 할 거라는둥.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특하다.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가 그저 하루 쉬는 날 정도로 변해 버렸다. 거리엔 캐롤송이 거의 들리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의 화려함도 예전만 못하다. 번화가 주점이나 먹자골목에서 약간 분위기를 내곤 하지만 그 화려한 분위기는 그저 평소 화려함에 약간의 불빛을 더한 정도다. 저성장, 불황의 시대가 드리운 그림자는 크리스마스마저 점점 더 우울한 시즌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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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이 인류에게 준 가장 현실적인 선물, 예수가 남기고 간 하루, 크리스마스, 우리 아이들에게 또 미래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기쁨과 설렘, 행복의 요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 전통을 잇고 더 가치 있는 기념일로 만들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DALL·E 2023-11-16 21.34.14 - A futuristic Christmas scene set in the year 2100. The cityscape is adorned with towering, sleek buildings with glowing windows. Flying cars with slee.png 2100년,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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