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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점수는 몇 점? 나는 얼마짜리일까?

by 김정은

제목부터 너무 거칠어 죄송하다. 그러나 이 질문은 지금의 나를 채찍질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당장 시장에 나간다면 과연 나는 얼마짜리일까?


DALL·E 2023-11-19 09.13.22 - A person who has lost confidence, sitting alone in a contemplative pose in a peaceful park. The person, a young adult of Middle-Eastern descent, is lo.png


고독해지는 시간이다. 나는 쓸모가 있는가? 지금 직장을 나가도 할 일이 있을까?


나는 곧잘 나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아니, 이건 스스로에게 물을 문제가 아니다. 철저하게 타인이 되어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진열대 위에 놓고 몇 점인지, 얼마짜리인지, 생각해 보는 일종의 자기 객관화다. 마치 어떤 상인이, 혹은 고용주가 만약 자신을 평가한다면, 자신을 고용한다면 과연 자신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일까?



스크린샷 2023-11-19 오전 8.49.50.png 유럽 중세 초기의 노예 시장. 세르게이 이바노프의 그림


로마가 건국되어 쇠퇴하기까지 천 년 동안 지중해와 그 배후지 전역에서 노예로 잡히거나 팔린 사람이 최소 1억 명은 되었다. (위키백과)


어떤 이는 에이, 그건 너무 자본주의적이잖아, 라고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다. 노예제 시대에 사고 파는 노예도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고귀한 인간을 마치 상품처럼 가격을 매기는가? 그러나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종종 잊고 산다. 직장 속에, 군중 속에, 무리 속에 편안히 있다 보면 지금 현재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시장에 내놓는다면 어떤 쓸모가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내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강제로 타의로 혹은 자의로 그 집단 속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그제서야 자신의 가치를 뼈저리게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DALL·E 2023-11-19 09.13.18 - A person who has lost confidence, sitting alone in a contemplative pose in a peaceful park. The person, a young adult of Middle-Eastern descent, is lo.png

아, 나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


그러나 그렇게 느낄 땐 이미 늦은 것이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고, 신체는 늙었고, 힘도 예전만 못하다. 시장은 기업은 젊은 인재를 원한다. 나이를 먹었다면 그만큼 유능하고 쓸모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인가? 가치가 있고 쓸모가 있으며 역량이 있는가?


이 질문을 하자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나, 과연 어디에선가 쓸모가 있을까? 만약 지금의 직장이 아니라면, 나를 받아줄 데는 있을까? 있다면 그건 어디일까?


늦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객관적으로 능력과 역량이 모자라다.
자신감이 없다.
나를 고용해 줄 만한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있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위 문장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독자 여러분은 자신감을 잃은 상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 체험 자체가 중요하다. 늦었다는 현실 인식은 뼈아프지만 그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러한 각성을 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의 불씨가 연약하나마 살아있는 것이다.



DALL·E 2023-11-19 09.08.33 - A creative and leadership-driven leader in a modern office environment. The leader, a middle-aged woman of South Asian descent, is confidently standin.png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현재에 만족하거나 안주하는 자세는 위험하다. 그런 습관,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성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옛 시절, 처음 세상에 부딪혔던 그 때로 돌아가자. 우린 모두 처음이란 게 있었다. 두려움과 막막함을 갖고 세계에 노크하고 부딪히고 실패했던 시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권위? 직함? 명함? 그런 것들, 다 버리자. 벌거벗은 나로 돌아가,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고 상상하자.


지금 내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로 출발선에 서 있다면, 나는 무엇부터 갖춰야 할까? 지식? 기술? 그렇다면 어떤 지식? 또 어떤 기술? 태도는 어떤 태도? 마인드, 그럼 어떤 마인드?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자. 내가 희망하고 꿈 꾸는 내가 되자. 옷을 갖춰 입고 내면의 양식을 쌓아나가야 한다.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기록하고, 또 기록에 그치지 말고 그것을 재가공해 내것으로 창조해야 한다. 나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지식, 정보여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해 인사이트를 장착해야 한다.


젊은이와 같은 체력을 유지하자. 매일 일정 시간 나를 계발시킬 만한 시간을 사용하자. 나를 무장하고 다듬고 실력과 역량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나가자.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상관없다. 언젠가 아무것도 없이 야만적인 시장에 홀로 서게 되는 날, 나의 가치와 쓸모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실천하자. 퇴직은,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고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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