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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되, 춤 추고 노래 부르며 야망을 품자

by 김정은

모비딕은 길고 장황하고 심오한 소설이다. 나, 이 소설 전부를 읽지는 못했다 - 솔직히 중도에 독서하기를 멈춘 채 여전히 더 이상 못 읽고 있다. 어느 부분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음울하고 철학적이며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깊거나 어느 부분은 불가해하고 난해하다.


세계의 불확실성, 자연의 폭력성, 사악함으로 둘러싸인 환경 등 모비딕(고래)이 상징하는 바는 적지 않다.


모비딕은 작가의 사후 인정받은 소설이다. 필경사 바틀비, 사기꾼 등을 집필한 허먼 멜빌이 30세 때 쓴 이야기다. 어떻게 그렇게 젊은 나이에 그토록 방대하고 통찰로 가득한 작품을 써내려 갈 수 있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스크린샷 2023-11-19 오후 6.35.03.png


허먼 멜빌은 모비딕의 상업적 실패로 전업작가 길을 그만두고 세관 검사관이 되어 살아가다 72세에 죽음을 맞이했다.


모비딕, 거대한 흰 고래가 상징하는 것은 세계의 악이다. 세계의 아름다움과 무심함 속에 숨겨진 냉정하고 무시무시한 사악함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나 자신을 밀어붙이고 몰아붙이고 닦달한다. 내 자연스러운 보통의 마음으로는 감히 생각도 않을 일을 기꺼이 저지르도록 나를 무모하게 몰아세운다." - 모비딕 중.


DALL·E 2023-11-19 18.00.53 - A portrait of Captain Ahab from the classic novel 'Moby-Dick'. He is depicted as a formidable and intense sea captain in his 50s, with a rugged, weath.png 에이허브는 자신의 자리를 잃게 만든 흰 고래를 쫓는다.


자신의 다리가 잘려나가도록 만든 고래를 쫓는 에이허브는 편집증에 가깝게 자신을 몰아붙이며 모비딕을 쫓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모비딕이 있다. 그것은 목표일 수도 있고 야망 혹은 이상향일 수도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향해 쫓고 그것을 손에 쥐려 매일 달려간다. 마치 흰 고래를 찾아 모험을 펼치는 에이허브처럼.


DALL·E 2023-11-19 19.13.41 - A person climbing a steep mountain, symbolizing effort and determination. The climber, a middle-aged Hispanic man, is wearing climbing gear and is hal.png


에이허브 선장은 흰 고래를 증오했고, 죽이고자 했다. 증오는 역설적으로 야망의 불씨이자 원동력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 버리고자 하는 것, 벗어나고자 하는 것, 즉 증오의 대상은 우리 스스로를 일어나게 만들고 야망을 품게 만든다. 증오 없이 우리는 움직일 수 없으며 목표의 근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목표를 잃어버린 나, 자신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나를 증오한다. 나는 그런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매일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그런 노력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성장하게 만든다.


살아 보니, 이 세상은 따뜻한 둥지의 형태로만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정반대로 악의로 가득 찬 위험한 장소도 아니다. 세계는 이 두 종류의 본성을 다 가지고 있다. 미치지 않고, 제정신을 갖고 자신만의 섬 안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갈망하는 한 우린 이 세계가 제공하는 안락하고 행복한 측면을 누리고 향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증오하되, 춤추고 노래하며 야망을 품자!


DALL·E 2023-11-19 19.16.58 - A happy family enjoying a picnic in a scenic park. The family consists of a father (middle-aged Caucasian man), a mother (middle-aged South Asian woma.png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 저항과 야유, 모함과 억압에 직면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포기한 채 노예의 본성으로 이것 혹은 저것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 자는 평화로울 수 있으나 삶의 의미는 결코 찾을 수 없다. 의미와 가치는 고난과 역경, 실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귀한 보석이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어려움을 느끼는가? 세계의 무엇을 증오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고 있는가?


세계는 고통이자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 없다. 우리의 생은 언젠가 마감되는 운명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 스스로 이야기를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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