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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애, 괜찮으신가요?

by 김정은

가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연애 하고 싶어.


그럼 부인은?


아니, 불륜 같은 거 말고 그냥 연애.


그런 게 있어?


있을 수 있지. 나는 그냥 여자랑 단둘이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고 같이 걷고 그런 걸 하고 싶어.


형수는?


집사람은 집사람이고. 너는 가끔 그러고 싶지 않아?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난다.



DALL·E 2023-11-23 18.08.57 - A romantic scene depicting a couple at a cafe, engaged in a deep conversation. The setting is cozy and intimate, with a small wooden table and two cha.png



이런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 여자한테서도 듣는다.


그 사람 지금쯤 뭐 하고 있을지 궁금해?


누구?


나, 대학 때 참 괜찮은 사람 있었거든.


연락해 보지, 그래?


내가 말한다.


그러게, 가끔 궁금하긴 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 사람, 유부녀다. 그런데 자기 남편은 싫단다. 말도 안 통하고 술만 먹으러 다니고 대화도 없고.



스크린샷 2023-11-23 오후 6.09.56.png



첫사랑의 순수함, 설렘, 그것 묘하게 그립다. 그 시절엔 몰랐으니까. 그런 감정, 체험, 그때뿐이라는 것. 우리 모두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두 남녀가 만나 함께 걸으면 온 세상이 갑자기 연극 무대가 된 듯 아름다워지고 공기가 달라지고 흐르는 시간마저 행복해지는 것. 그런 경험, 어쩌면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부의 시계는 그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십몇 년을 같이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에 무슨 체험, 무슨 설렘,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그러니, 사람들은 저마다 기억을 소환하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게지.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다. 용기를 내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 현재의 관계를 포기하고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정답은 없으리라. 각자의 선택과 책임이 있을 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새로운 이성을 만난다는 것, 설레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현재의 관계에 에너지를 쏟고 내게 주어진 책임을 거부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어렵지만, 그 길을 우직하게 걷는 것 말이다.


선택은 자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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