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문제는 이제 47살쯤 되니 이렇게 바뀌고 있다.
어떻게 늙고 싶은가?
같은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삶이란 무얼까? 어떤 모습인 걸까? 깊이 생각해 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다. 성장하고 발전하는 생. 그런 삶, 그런 인생이다.
나, 괜찮게 살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나는 언젠가 눈을 감고 죽을 것이기에 이 문제가 무척 중요하다. 괜찮게 사는 것. 그러려고 발버둥쳐 온 것이 내 삶이다.
비루한 삶, 찌질한 인생, 비겁하고 나약하고 쓸모없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다. 그러니, 그런 모습이 되지 않으려, 그런 인간으로 비춰지지 않으려 애써왔다. 나,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같다.
내 주변에, 내 직장에, 사무실에 찌질한 사람들, 비겁하고 나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 비루한 사람들을 본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 눈에 비친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 눈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으리라. 저 사람 능력자야, 인품이 훌륭해, 실력 하나는 끝내주지, 엑셀도 잘하고 컴퓨터에 박식해, 따위의 말로 그들을 높여주고 칭찬하고 심지어 존경하는 듯한 이들을 본다. 나, 그냥 웃고 만다.
내가 특별하거나 별달라서가 아니야, 라고 나는 생각한다. 왕자병? 그런 거 아니다. 나는 그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원칙이 있을 뿐이다. 키워드는 성장, 발전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탈피하고 탈각하고 성장하고 변화하려 하기보다 그저 안주하고 거기 주저앉는 편을 택한다. 그 상태에서 마치 바닷가재나 늑대처럼 영역 다툼을 한다. 승진, 보직, 발령을 위한 몸부림은 내 눈에 전부 영역 다툼이다. 저거 내 자리야, 하는 싸움이다.
이 안일한 목표 때문에 인간은 비루하고 찌질해진다. 비겁해지고 야비해진다. 정직과 진실이 아니라 기회주의를 선택한다. 그런 모습, 행태, 참 보기 안 좋다. 왜 저런 인생을 사는 걸까?
스스로 성장하기를 선택한 이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다투지 않는다. 그건 너나 드세요, 라고 말할 뿐이다. 저 하늘 위에 드높이 매달려 있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작은 영역 싸움 따위에 애초에 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이들이야말로 어떤 책임이 지워졌을 때 그 책임이 요구하는 몫의 몇 배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이들이다. 그들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고 리더십이 있으며 실행할 줄 아는 용기를 지녔다.
찌질하지 않은 사람은 대담하고 용기있고 진실되다. 이런 사람들,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담하게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올바른 길을 가려는 사람은 아무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시간을 아무와 만나 낭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의 고독은 선택적인 고독이다. 역설적으로 그 고독이 그를 더 강하고 유연하며 성장하도록 만들기에 그는 고독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 아직 그 흔한 보직 한번 맡은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비겁하고 무지한 선배들과 다투느라 승진에서 늘 밀렸고 흔히 말하는 좋은 자리, 받지 못했다. 그래, 잘난 너희들이 해라, 그러고 만다.
수준 낮은 권위주의자들은 보직을 맡으면 불필요한 원칙을 세우고 쓸모없는 일을 만들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것은 생산성과 무관하고 가치나 의미와도 무관한 일들인데 시키면 싹싹 해내는 이들이 늘 나서서 그 수준 낮은 권위주의자들의 비위를 맞춘다. 그래, 이거야! 그러고는 지들끼리 자화자찬을 한다.
어떤 집단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또 놀라운 생산성과 혁신으로 문화를 이끌어나간다. 난 개인적으로 스티브잡스의 애플이 그런 회사였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따라 부침이 있지만 스티브잡스의 통찰은 놀라울 정도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생각하기에 머물지 않고 뭔가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만들어낸다는 것, 창조한다는 것, 그 선두에 스티브잡스가 있었던 것이다.
성장과 발전의 딜레마는 오직 시기에 있다. 스티브잡스는 살아생전에 그 시기를 누렸다. 그의 성공은 이르게 찾아왔다. 그런가 하면 프란츠 카프카처럼 혹은 허먼 멜빌처럼 성공이 사후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아예 성공이 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성장과 발전이란 것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대가의 유무와 상관없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체험한다는 데 있으리라. 이거, 재미가 쏠쏠하다. 인간은 나약해서 쉽게 절망과 허무주의, 나태의 구덩이로 기어들어간다. 해독제는 성장뿐이다.
찌질하게 살지 않은 것, 비루하지 않았던 것,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내 삶에 100점을 주고 싶다. 아직 제대로 만들어냈다고 말할 만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어떤가? 나는 찌질하지 않았어! 나는 비루하지 않았어! 그 선언이면 되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아니, 더럽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니까. 가장 힘든 약속은 자신과 한 약속인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정직이다. 진실을 대면하는 것이다. 해 본 사람은 알겠으나 이것,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걸 해냈을 때 그는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된다.
난 찌질하지 않아!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하며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독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