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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스미스는 왜 뺨을 때렸을까?

by 김정은

윌 스미스가 크리스락의 뺨을 후려갈기는 동영상을 본 것은 꽤 오래전이었다. 처음엔 그냥 해프닝 정도로 이해했다. 이게 진짜야, 가짜야? 연출이야, 실제야? 헷갈렸다. 그 이후로도 페이스북 같은 데서 이 영상을 또 보게 됐다. 보고, 또 보고, 그때마다 그냥 처음 마음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이게 진짜야, 가짜야? 연출이야, 실제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영상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이상한 일이긴 한데, 궁금하면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 나름대로 서칭을 했다.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들을 다 돌려봤다. 그리고 알아냈다. 아, 이거 진짜였네. 장편 다큐멘터리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크리스락이 몇 명의 배우들을 향해 농담을 건넸고, 탈모증을 겪고 있는 윌스미스 아내를 향해 농담을 했다. 윌스미스의 아내는 크리스락의 농담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윌스미스가 무대로 사실상 난입하다시피 해서 뺨을 때린 거였어. 윌스미스는 그러고 나서도 분이 안 풀렸는지 크리스락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욕설은 사실상 전세계에 그대로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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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와이프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올리지 마!


그 자리, 그 순간에, 그해(2022년)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스미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가 직접 밝힌 눈물의 수상 소감도 돌려 봤다. 그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덴젤 워싱턴은 윌 스미스에게 속삭이며 다음과 같이 조언을 건넸다.


"네가 인생에서 가장 높이 올랐을 때 조심해야 해. 그때가 바로 악마가 너에게 접근하는 순간이니까."


윌스미스는 수상 소감을 통해 덴젤 워싱턴이 무대 아래에서 자신에게 조언을 건넸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다음 해 아카데미에 또 초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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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아카데미 측으로부터 10년 출연 정지 징계를 받는다. 그는 스스로 아카데미 회원직을 내려놓았다.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중계되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 무대에 난입해 뺨을 후려갈긴, 희대의 장면을 연출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니 이게 궁금해졌다. 나였다면, 내가 윌스미스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어쩌면 나도 윌스미스처럼 화를 못 참고 무대에 올라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꽤나 다혈질이고 합당한 분노는 행동으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신중하고 말수가 적지만, 부당하고 불합리한 일은 그냥 넘기지 않는다. 물론 그 표현의 수위는 잘 조정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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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수상자이기도 한 동료배우 짐 캐리는 윌스미스를 비판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윌스미스를 고소하고 소송을 걸었을 것이라고. 음,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폭력이란 그 행위 자체는 변명할 수 없으리라. 그런데 그건 잘못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헷갈린다. 내가 짐캐리였다면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군요. 저는 솔직히 그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제 능력 밖입니다. 그것은 그저 일어난 일이고 이미 지나간 사건입니다. 물론 윌의 행동은 잘못된 것입니다. 누구라도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유쾌하진 않습니다. 다만, 어느 행위든 전후 맥락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누구에게나 도저히 참아 넘길 수 없는 격정적인 순간이 있고 저는 모욕이나 빈정거림, 정도를 벗어난 유머까지 온전히 얌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군요."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윌스미스는 명백한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 실수가 일어난 상황을 보면 인간적으론 고개가 끄덕여진다. 윌스미스에겐 너무나 가혹하고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수 있다. 세상만사를 전부 옳음과 그름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옳음과 그름 사이에는 수백만 가지의 점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해석과 판단이 가능하다. 어느 한 점을 딱 집어서 그래, 이게 내 생각이야, 하고 말할 필요는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럴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럴 땐 어떤 말을 꼬집어 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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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윌 스미스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과거를 고백한 적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면서도 윌 스미스의 모든 연극 발표회와 시사회 등에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이중인격자였다고 한다. 윌 스미스는 자신이 9세 때 아버지가 어머니의 머리를 때려 어머니가 피를 토하는 것을 본 뒤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까지도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갖고 상을 받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윌스미스의 아내 제이다는 과거 21살 연하 가수 어거스트 알시나와 불륜을 저질렀다. 윌 스미스는 "나는 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 그러면 행복했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하며 아내의 불륜에 대해 쿨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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