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 자유롭게 키우려고 노력해 왔다. 자유라는 가치를 훈육의 최정상 가치로 놓고 아이들을 키워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순간순간 매도 들고 야단도 쳤다. 아, 매를 들었다는 말의 의미는 실제로 매를 때렸다는 것이 아니라 나 나름대로의 처벌을 내려왔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손 들고 TV 앞에 서 있기 같은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간다. 요즘 내 아이들에게 최고의 자유란 핸드폰이다. 내 아이들,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자면 핸드폰 자유를 무한 누리는 중이다. 작은애의 경우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우선 핸드폰을 켠다. 게임을 하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본다. 5시쯤이 되면, 학원에서 돌아온 친구들과 음성 통화를 하며 단체 온라임 게임에 참전한다. 그러다 저녁을 먹고 또 핸드폰을 본다.
왜 나는 이 광경을 그냥 지켜만 보는가?
나도 그 이유를 찾는 중이다.
우선 그 시간에 핸드폰을 빼앗고 다른 것을 하도록 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작은애의 친구들은 모조리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같이 놀 친구가 없고,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마땅히 할 게 없다. 내 어린 시절을 비춰 보면 나는 방과 후 친구들과 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아파트단지를 배회했다. 5시쯤이 되면 TV를 봤던 것 같고, 저녁을 먹은 후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잠들었다. 그런데 작은애는 결정적으로 친구들이 다 학원을 다닌다.
이 문제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해 왔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 상태의 뇌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데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약 3주 정도가 걸린다.
지금 우리집은 거실을 공부방으로 개조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금 아이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 핸드폰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 나는 (아침 7시에 출근해) 4시 반쯤 퇴근한다. 집에 가면 보통은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영화를 보거나 혼자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공부방이 완성되면 거기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생각이다. 내 서재의 책상을 거실에 놓고 아이들과 모여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맥으로 글을 쓰고 아이들은 숙제나 공부를 한다. 모르는 것이 생기거나 의문점이 생기면 아이들은 내게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하루 2시간 정도만 핸드폰을 사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물론 많은 시간이긴 한데, 나는 그 정도의 자율성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제 둘째 애를 상대로 실험을 해 봤다. 저녁 내내 핸드폰을 보는 아이에게서 핸드폰을 빼앗고, 그만 해, 라고 말해 보았다. 아이는 나를 발로 차면서, 씩씩거리며 방을 뛰쳐나갔다. 지나친 자유는 자유를 오독하게 만든다. 나는 이 사실을 확인했다. 둘째 아이는 자신이 누려 온 자유가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고,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몸으로 말한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그 자유는 아빠인 내가 허락한 것이고, 나는 이제 적절한 구속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내 서재는 둘째 아이의 방으로 만들기로 했다. 둘째 아이는 자기 방이 생길 것이라고 좋아하는 중이다. 이 아이는 아직 모르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주요한 목적은 자신에게 방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핸드폰을 빼앗고 구속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곧 아이들은 공부방에 모여 아빠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직 아이들은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큰애는 중학교 1학년, 내년이면 중2가 되고 작은애는 초6이 된다. 적절한 구속과 책임 부여, 한층 강화된 학습이 필요한 나이다. 물론 앞으로도 나는 자유를 최상위 가치로 두고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할 것이다. 그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폭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줄어든 자유의 시간은 학습과 책임으로 메워질 것이다. 내 아이들은 충분히 잘 감당해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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