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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감기 크리스마스

by 김정은

며칠 전, 두 애가 차례로 독감에 걸렸다. 두 애 모두 며칠씩 학교를 빠져야 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직감했다. 저 바이러스가 곧 내 몸에 침투하겠군.


그리고 그것은 크리스마스 당일, 현실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교회에 갈 채비를 했다. 두 아이들은 아무리 깨워도 잠에서 깰 태세가 아니었다. 그러느라 크리스마스 예배에 늦게 됐다.


교회 의자에 앉아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깨달았다. 아, 감기에 걸렸구나. 몸이 떨리고 손발이 차가웠다. 정신은 혼미했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나는 체질상 감기에 걸려도 증상이 세게 오지 않는 편이다. 열이 나고, 두통이 오고 몸살 기운이 돌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가벼운 감기 기운을 느끼다가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나의 감기다.



DALL·E 2023-12-26 15.08.44 - A Christmas worship scene in a beautifully decorated church. The church interior is adorned with festive decorations, including green garlands, red ri.png



이번에도 그럴까, 싶었다.


예배를 마치고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떡국(떡국, 나의 소울푸드다)을 먹은 뒤 가족들과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누나와 어머니, 조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목소리는 잠기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감기에 걸린 게 확실하구나, 나는 생각했다.


큰애는 제 사촌들과 올리브영에 가서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벌써 화장에 관심이 생겨 사촌 언니로부터 비법을 전수받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는 누나와 어머니와 2시간 넘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물론 감기 기운에 시달리면서.


누나네 식구와 어머니는 고기를 먹으러 식당으로 가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몸이 정상이었다면 나도 고기를 먹으로 합류했을지 모른다. 감기 기운 때문에 예배 시간부터 카페에 있을 때까지 내내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그게 무척이나 아쉽다.



DALL·E 2023-12-26 15.08.32 - A family gathered in a cozy cafe, engaged in a lively conversation. The family consists of four members_ a father, a mother, a teenage son, and a youn.png



집에 오자마자 저녁을 급히 먹고, 후드 집업 모자를 쓴 채로 침대에 누웠다. 창문은 모두 열어두었다. 그리고 잠에 들었다. 두어 번 깨긴 했어도 아침 6시까지 늦잠을 잤다. (나는 평소에 새벽 4-5시면 일어난다.) 몸이 개운해진 것을 느꼈다.


크리스마스는 망쳤지만, (제 정신이 아니어서) 오늘 아침은 그런대로 괜찮은 몸상태로 돌아왔다. 그 사실에 안도했다. 이런 건강한 몸을 가졌다는 데 감사한다. 아이들은 독감으로 일주일 가까이 앓았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나는 약간의 몸살 기운이 전부인 채로 하루 만에 회복했으니까.


방심은 금물.


오늘과 내일까지는 찬물 샤워 금지다.


독자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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