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 이 친구, 대학 시절 나의 소울메이트였다. 대학 1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로 변함없이 지내오고 있다.
내 친구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 대학원을 다녔고, 사업체를 차렸다. 나와 딱 한 번 방송국에 시험을 쳐 떨어진 뒤 곧바로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잘 해 오는 중이다.
물론, 나는 당시 걱정이 컸다. 사업이 말이 쉽지, 아무나 하는 건가? 하지만 내 친구는 성실했고, 지능이 높은 편이다. 미디어 파사드 업계에 발을 들인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러는 사이 사업체는 직원 30명이 넘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친구, 아직 미혼이다.
결혼은 별론데, 딸은 있었으면 해.
나의 친구가 곧잘 하는 말이다.
나는 내 친구가 걱정이다. 가정 꾸려 나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내 친구가 여엿한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디 가면 제일 먼저 괜찮은 아가씨 없나 시선을 여기저기 돌리며 찾는 편이다.
그리고 마침내 참한 여성을 발견했다.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자인 이 여성은 30대 중반에 교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나는 무작정 그녀에게 다가가 내 친구를 소개했다.
시간이 나면, 만나 볼 의향이 있어요.
그리고 단번에 예스, 대답을 받아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친구에게서 생겼다. 연말이면, 어렵지 않게 내 친구를 만나곤 했는데 올해 유독 내 친구, 너무 바쁘다. 그래서 벌써 두세 번 약속을 캔슬 놨다. 피아니스트 그녀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나는 아주 난처하게 됐다. 그런데도 내 친구는 비교적 태연하다. 어쩌지, 계속 바쁘네, 라고 말할 뿐이다.
그럴 수도 있죠, 뭐.
다행히 피아니스트 그녀는 너그럽다. 아, 이걸 어쩐다.
결혼 못 한 이들은 다 이유가 있어.
그런 말을 쉽게 하는데, 아무리 내 절친이긴 해도 그런 생각이 안 들지는 (?) 않는다. 스스로 이 약속에 무게를 두고, 시간을 흔쾌히 내어 주었으면 하는데 내 친구, 영 그런 모습이 안 보여 실망스럽다. 물론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지도 못했다. 그래, 빨리 시간을 잡아서 둘이 만나길 바라, 라고만 말했다.
어떤 사람은 결혼이란 걸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 중 하나로 생각한다.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서둘렀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듯하다. 내 친구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느긋하고, 급한 게 없다. 오히려 내가 더 급한 사람으로 보인다.
중매쟁이, 아무나 하는 것 아니구나. 요즘 이걸 실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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