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아들을 둘 뒀다. 큰애는 벌써 군대에 들어갔고, 작은 애는 중3이다. 친구는, 만나면 늘 작은아들 걱정이다.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친구는 말한다.
자기보다 열심히 안 하고 노는 것 같은데 그런 애들이 오히려 성적이 더 잘 나오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나봐.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어. 마이스터고에 보내는 게 나을지 인문계에 보낼지. 근데 내가 말했어. 어차피 공부 쪽이 아니면 그냥 빨리 기술 쪽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니. 마이스터고에 가면,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수월할 수 있거든. 어차피 서울에 있는 대학 가기 힘드니까. 그럼 대학에 가서 편입하면 될 테고.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그냥 듣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래서, 대체 걱정이 뭔데?
그냥, 애는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게 걱정이야.
참 쓸데없는 걱정도 많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도 이러한 양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부모가 겪는 일이리라. 약간의 다름이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아이를 둔 집이 이러하다. 아이 걱정, 성적 걱정, 대학 걱정, 진로 걱정. 걱정이 너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쓸 데 없는 걱정은 아무 쓸모가 없다. 필요한 걱정을 해야 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우리는 부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받은 적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가 된 것이다. 그러니, 주변을 보고, 적당히 따라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 문제가 있다. 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를 둔 자녀는 그것만으로도 큰 복을 타고 난 것이다. 태어나서 좋은 부모가 있다는 것은 이미 절반은 바른 길로 갈 확률을 따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좋은 부모, 훌륭한 부모,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일은 자녀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역량과 준비가 갖춰진 부모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리라.
우선 몇 가지를 정리해서 전달하고 싶다.
-아이의 미래는 대개 스무 살 이후에 결정된다.
-십 대까지는 경험을 두루 쌓고 자존감과 활기, 활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첫째 아이를 사랑해 주고, 인간적인 잘못을 저질렀을 때 교정해 주어야 한다.
-윤리적으로 올바른 인간이 되는 것이 지능이 높은 아이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십 대까지는 성적보다 태도를 올바르게 가져가도록 도와주어라.
내 브런치스토리를 늘 읽으시는 독자는 내 이야기의 핵심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자녀에게 너무 많은 과제를 주려 하지 말아라. 십 대 때 경험해야 할 것을 경험하게 하라. 부모가 반드시 줄 것을 주고, 아이 입장에서 반드시 훈육 받아야 할 것을 가르쳐라.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지 말아라. 주변을 돌아보고 내 아이를 거기 맞추려 하거나, 비교하는 것 만큼 실패하는 교육은 없다.
학습은 중요하다. 그런데 성적은 학습과 동의어가 아니다. 학습은 잘 되고 있는데 성적은 그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즉 수학을 열심히 하는 아이가 수학 점수가 잘 안 나올 수도 있다. 이때 부모는 헷갈린다. 이 아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응,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부모는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십 대 레벨에서는 성적 그 자체보다 태도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조금 과장하면, 태도가 그 아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왜 아이를 십 대 때 평가하려 드는가? 그 아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성적이 아니라, 태도를 조형하라. 태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하려 하는 태도! 그것이 중요하다. 성적이 비록 낮더라도, 태도가 훌륭하다면 칭찬하라. 그 아이는 가능성이 큰 아이다.
우리 사회가 학습 때문에 병든 사회라는 점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 정상은 아니다. 병들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고, 부모는 돈을 쓰며 고생한다. 가족이 없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 점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다.
이 전제 위에서, 내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라고 강요하지 말아라. 십 대 때 중요한 과목은 분명 있다. 언어, 수학, 과학이다. 전 과목이 중요하겠으나, 이 세 과목은 대학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가정할 때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세계를 인식하고, 인지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목을 열심히 한다면 다른 과목은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다. 그러니 전 과목을 일일이 따지면서 아이를 닥달하지 말아라. 이 세 과목을 중심으로 아이를 가르치되, 다그치지 말고 태도를 보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그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그 아이의 잠재력이 큰 것이다. 속도나 결과는 다 같지 않다. 어떤 아이는 조금 늦게 꽃이 핀다. 모든 꽃이 동시에 개화하지 않듯, 아이마다 시기가 다름을 부모는 알아야 한다.
부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아이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이리라. 많은 부모가 이 점을 놓친다. 학원 보내고, 공부시키면 부모 역할이 다 끝난 줄 안다. 아니다. 적어도 하루 1시간 정도는 스킨십이 필요하다. 책을 내려놓고, 침대에 둘이 누워 팔베개를 해 주고 이야기를 나눠라.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라. 아이의 마음을 만져 주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이해하라. 삶이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길다는 것을 말해주라. 자존감을 갖도록 일깨워 주고, 부모는 변함없이 너를 신뢰할 것이라고 확신을 줘라. 넌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라.
아이는 진행형이다. 지금 성적이 그 아이의 미래를 말해주는 게 아니다. 아이는 스물두 살에 비로소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고, 서른 살에 진정한 출발을 할지도 모른다. 물론 부모의 역할에 따라 그 속도를 당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이란 전적으로 아이에게 달린 문제다.
부모는 중요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아이가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존재여야 한다. 지금 현재 성적을 놓고 아이를 닥달하는 부모는 최악의 부모다.
아이의 인생은 평균 100년 간 이어지리라 보아야 한다. 생애 최초의 20년은 뿌리를 다지는 기간이다. 이 때 성적으로 아이를 닥달하면 뿌리가 약해진다. 그럼 무엇을 중심으로 아이를 가르치는가?
-자존감 : 엄마 아빠에게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보물, 선물이란다.
-자신감 : 넌 언젠가 뭐든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신뢰 : 엄마 아빠는 널 늘 믿는단다.
-사랑 : 네가 어떤 존재이든 엄마 아빠는 널 사랑한단다.
-훈육 :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엄마 아빠는 너의 태도를 중시한단다. 네가 노력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자.
-관계 : 친구와 노는 시간이 행복하지? 그 시간에 너의 뇌는 가장 활발히 움직인단다. 친구는 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야.
-체험 : 공부만 하지 말고, 여행도 가고 친구와 놀고 책도 읽자. 지금 너는 세상을 알아가는 시기인 만큼 자유롭게 크렴
-자유 : 성적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천천히 가자. 자유를 느끼고, 온몸으로 체감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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