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딸이 둘이다. 그래, 행복하겠네?
하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맞다, 나,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불행한 일이지만, 그렇다. 어떤 사람은 동일한 조건에서 더 행복하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면, 즉 조건마저 더 좋은 상황이라면, 행복은 날개를 단다. 내가 그러하다. 나는 행복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이다, 원래. 여기에다, 딸까지 둘이니, 나는 행복에 날개를 단 남자다.
딸을 처음 낳았을 때 100만큼 기뻤다.
그래서 더 딸은 낳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둘째를 가졌을 땐 아들이길 바랐다. 왜? 첫째 딸보다 더 예쁜 둘째딸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큼 첫 딸이 귀하고 소중하고 예뻤다.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웬걸?
둘째 역시 딸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둘째는 첫째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소유자였다. 애교가 넘치고, 융통성이 있고, 털털하고, 품이 넓었다. 둘째는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아이였다. 첫째는 의젓하고, 바르고, 정직하고, 꼼꼼한 아이라면, 둘째는 첫째가 가진 점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발랄하고, 자유롭고, 활기찬 아이였다. 어느 순간 나는 둘째를 더 예뻐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재정비하고, 첫째와 둘째를 공평하게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원칙은 오늘 이 순간까지 지켜지는 중이다.
아빠의 의무
그런 게 있을까? 사람들이 묻는다. 있다! 아빠에게도 의무란 게 있고, 엄마에게도 있다. 부모가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것일뿐. 부모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전천후여야 한다. 만능이어야 한다. 돈도 벌어야 하고, 사랑도 줘야 하고, 잘못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선생처럼 가르쳐야 하고, 상담사처럼 대화도 해야 하며, 언니나 동생처럼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다. 어느 한 가지가 빠지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으나 완전하지 않은 것이다.
완전성을 목표로 한 아빠가 되어라
나는 두 딸에게 완벽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물론 안다. 그럴 수 없음을. 그러나 최선을 다하자, 하고 생각했다. 아빠로서 내 목표는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1. 아빠로서 딸을 애지중지 사랑해 주기
사랑, 가장 중요하다. 아빠가 사랑해야 딸이 아빠를 사랑한다. 나는 딸로부터 존중받고 존경받으며 사랑받는 아빠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려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나는 그런 아빠다. 사랑과 존중이란 주기도 어렵고 받기도 어렵다.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녀 관계는 딸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딸이 높은 이상을 목표 삼아 세상에 나아가도록 독려한다.
2. 스킨십하고, 사랑한다고, 너는 소중한 존재라고 속삭여 주기
하나뿐인 아이의 소중함은 말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알지 못한다. 내 딸은 이 우주에 단 한 명뿐인 거룩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 사실을 알려주자. 스킨십을 하자. 스킨십은 하면 할수록 상대와 친밀감을 극도로 높여준다. 나는 중2, 초6이 된 딸과 지금도 볼키스를 하고 볼을 부비고, 허그를 한다. 이는 딸과 아빠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뿌리다. 나는 딸이 성과를 거뒀든, 실패했든, 시험을 망쳤든 상관없이 늘 말한다. 너는 큰 사람이 될 거야. 아빠는 확신한단다. 너는 이 다음에 반드시 훌륭한 인재가 될 거란다. 그 사실을 기억하렴! 이 말에 아이는 자신감을 갖는다. 아빠의 말에 아이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3. 가르치고, 야단치고, 바로잡기
가르치고 바로잡는 일은 어른의 역할이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이 역할을 방기함으로 아이의 미래를 망친다. 버릇없고, 예의없고, 무례한 아이는 바깥에서 소외되고 외면받고 손가락질 받는다. 자기 집에서는 최고일지 몰라도, 세상은 그런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 아이는 세상의 사랑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놀랍도록 냉정하고 비정한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내 아이가 타인으로부터 아낌과 도움을 받으려면 상냥해야 하고 예의바르며, 이타적이어야 한다. 이는 어른이 부모가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기르기 힘든 부분이다. 아빠는 때로 엄한 선생, 교육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4. 놀아주기 (친구 되기)
아이는 친구가 필요하다. 어떤 아이는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 한다. 이때 부모가 개입해야 한다. 아이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이 스스로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기회도 만들어주어야 한다. 친구와의 대화가 어려운 아이라면, 아빠가 친구 역할을 대신 하면서 역할 놀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실제로 이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즉 아빠인 내가 친구 역할을 하면서, 이럴 땐 이렇게 말하라, 식으로 아이에게 코치를 해 주는 것이다. 아이는 이러한 역할 놀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상대가 편하게 받아들일지, 깨닫는다.
놀이는 아이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흔히 영어다, 수학이다, 말을 하는데 다 헛소리다. 초등학교 3-4학년 수준까지 아이의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놀랍지만 놀이다. 놀이가 아이의 뇌와 신체,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의외로 많다.
5. 심리를 만져 주기
아이가 기뻤을 때, 또 아이가 슬프거나 외로울 때, 절망할 때 필요한 것이 아빠다. 아빠는 언제나 아이의 감정에 민감해야 한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울어주는 것은 아이의 감정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아이는 이러한 공감을 통해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신뢰가 싹튼다. 아빠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6. 길을 안내하기 (선생이 되기)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나 개인적으로는 체험으로 깨달았다. 아빠는 선생이다. 그런데 3살짜리 아이에게 필요한 선생과 10살짜리 아이에게 필요한 선생의 역할은 다르다. 이 점이 조금 어렵다. 팁을 드리겠다. 자신의 그 시절로 돌아갈 것! 이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팁이다. 이것은 실제로 내가 적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나의 다섯 살 시절, 열 살 시절, 열다섯 살 시절의 경험과 감정, 기억을 떠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를 지도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제시하고 안내했다. 이러한 지도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더 큰 문제를 맞닥뜨려도 아빠를 찾는다. 아빠는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는 선생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7. 먹이기
아빠들이여! 요리를 배워라. 엄마는 사회 생활이든 뭐든 지쳐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다. 그러니 요리든, 설거지든 아빠가 하는 것이 좋다. 요리는 정신건강에도 좋다. 매주 한 가지 요리에 도전하라. 아이들이 쩝쩝 소리를 내며 먹는 소리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라! 이것보다 큰 즐거움도 드물다.
8. 입히기
나는 개인적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 동시에 아이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잘 입혀라. 공간과 시간에 맞는 옷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줘라. 어디에서든 대접받고 존중받으며 사랑받는 아이가 되도록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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