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기르면서, 선과 악에 대해 가르치려 노력했다. 도덕, 윤리... , 눈에 잘 보이지 않으나 이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리이자 가치. 나는 그것이 이 아이들을 더 강하고 올바르며 정의롭고 쓸모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리라는 데 의심이 없었다. '또래 친구 사귀기'는 이들이 선한 행위, 타인에 대한 행동 규칙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들이 서너 살 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의 친구 관계를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아 주려 노력했다.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서 한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합의해서 만든 규칙이 깨졌을 때, 불공평한 관계가 만들어질 때, 억울한 경우가 생길 때, 따돌림을 받을 때, 또 누군가를 따돌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주고 가르쳐 주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나를 지키는 일이다. 이 두 가지는 관계의 핵심 원리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없고, 건강한 자아 발달이 불가능하다.
내가 즐겨 사용한 것은 역할극이었다. 내가 친구 역할을 하고, 내 아이와 상황을 재현해 보는 일이다. 이는 실제로 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문제를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었고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올바른 것인지 배워 나갔다.
아이는 타인에게 선한 사람, 정직한 사람, 배려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수록 향후 어려움을 해결하고 고난을 헤쳐 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여러 관계를 능동적이고 조화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런 아이라면, 군중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가질 확률도 높다.
자신만 알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도록 교육받고, 자기 잘난 멋으로 살아가도록 발달한 아이는 부를 성취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존경과 권위를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배부른 스쿠르지가 될 확률이 높다.
"지금 우리가 가는 여행은, 단지 훗날 우리 친구들이 성공해서 가게 될 수도 있는 여행을 미리 가는 것뿐이야."
언니가 이렇게 말했어.
둘째딸이 차 안에서 이야기했다.
그래?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뿌듯하고 놀랍고 행복해졌다.
근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아빠.
둘째 딸이 말했다.
그렇구나. 언니가 정말 그렇게 말했었니?
그렇다니까. 근데 이전에 그렇게 말했던 걸 지금은 기억 못 하더라고.
나는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1년에 한 번 해외를 나간다. 내가 지금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돈도 들고, 힘든 일이나 여행의 효능감을 느끼면서, 잘하고 있는 일이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데 둘째 딸내미는 아마도 자신이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것이, 그리고 올해도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것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에게 자주 자랑을 하고 다니는 듯하다.
큰아이는 그런 둘째를 못마땅해 하고 꾸짖는다. 나는 그런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야, 그런 자랑하지 말라니까. 그 친구들은 사정상 형편상 여행을 못 가는 건데 너는 그걸 자랑하고 다니니? 그건 그 친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야. "
큰 딸내미의 마음이 참 따뜻하고 훌륭하다, 고 나는 생각해 왔다. "지금 우리가 가는 여행은, 단지 훗날 우리 친구들이 성공해서 가게 될 수도 있는 여행을 미리 가는 것뿐이야." 중학생이 말했다고 하기엔 참으로 속 깊은 것이다. 나는 이 아이의 상상력,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 사회 구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놀라웠다.
"넌 분명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거란다. 아빠는 그 사실을 믿어. 네가 장차 어떤 능력을 가지게 되면 그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단다. 너의 행위가 타인을 도울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다. 선한 인간,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고 겸손함과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성장 중이기 때문에.
나는 둘째 딸에게 설명해 주었다.
언니가 한 말의 뜻은 이런 거야. 지금 여행을 가지 못하는 친구들도 이 다음에 크면 자기 힘으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될 수 있잖아. 제라는 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여행을 하고 있는 것뿐이잖아. 그러니, 너무 으쓱해 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지.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다는 뜻 !!
아, 그렇구나. 그런데 나는 자랑하고 싶은데... .
둘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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