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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 Oct 06. 2023

Chapter 04. 잡다한 이야기

얘, 너 낯설다?

 휴대폰 용량이 꽉 차서 카메라 기능이 구동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 정리를 미루고 미뤄서 4년 치 사진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진을 습관처럼 찍어서 2년 치 사진을 정리하려면 대략 5000장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휴대폰의 용량 이슈로 거대한 추억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추억여행. 3,4년 전 사진을 볼 때는 아주 오래된 나의 모든 것이 마냥 아련하고 재밌었다. 그렇게 거슬러 올라오며 정리하다 보니 2년 전 사진부터는 기분이 점점 요상해지는 것이다. 분명 2년 전부터는 지금처럼 익숙하게 일을 했다. 그때의 나도 지금처럼 9to6를 엄수하기 위해 애쓰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었고, 쉴 틈이 생기면 즐겁게 활용하기 위해 애쓰던 사람이다. 그래서 당연히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부터가 커다란 오류였다. 사진을 마주함으로 인해 비로소 느껴지는 당시 나라는 사람의 모든 것이 너무도 달랐다. 사용하던 휴대폰부터 시작해서 사진 찍는 방식, 자주 만나던 친구들, 살던 집, 입는 옷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된 당시 나의 태도와 성격들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래, 그냥 다른 사람이었다.

 취향, 입맛, 경험, 관계 등 사람을 구성하는 비물리적 요소들은 정말 순식간에 변화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조차도 이렇게나 변했으니 말이다. 같은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내가 머무는 바닥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인간관계와 쌓여가는 경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없는 것이 더욱 당연한 일인건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외국인 멤버가 '진짜 나이만 먹고, 변한 게 없으면 그게 더 불쌍한 것 같아요.' <- 이런 말을 했다. 당시에 이 말을 들었을 땐 빠르게 성장한 언어 구사력이 놀라워서 웃기만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게 정말 중요한 말이다. 하고 있는 일이 익숙해져서 능숙해지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보다 보니 더 많이 알게 되는 정도의 변화이더라도 누구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어떤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다. 그걸 자각하고 원하는 방향에 따라 평생에 걸쳐 완성해 나가야 한다. 혹여 지금은 당신에게 대체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면, 2년 전 사진부터 천천히 거슬러보기를 추천한다. 그곳에서 조금은 낯선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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