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닌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직업적 특성으로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는 대리급 직원이 되었다. 일은 익숙하고, 이슈를 해결하는 선배들 얼굴에선 멋짐이 아닌 지침이 먼저 보이며, 그들 사이에 나의 미래를 투영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요즘. 그렇다. 퇴사가 간절하다.
분명 신입사원 시절에는 평균 이상의 월급만 받으면 언제까지고 일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 생각은 고작 3년 만에 무너졌다.
퇴사의 사유를 떠올리니 머릿속에 '권태' 두 글자가 둥둥 떠다닌다. 어째서 권태인가.
권태를 고찰하기 전에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회사에 취직하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은 말은 "야, 너 행복하냐?"라는 질문. 야근이 잦아지던 시기라서 '행복... 한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던 찰나 선생님은 곧바로 이어 말했다.
"너는 고3 때부터 줄곧 그랬잖아.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면 행복할 거라고. 그래서 꿈을 이루니까 행복하냐고."
답을 알고 계시다는 듯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듣자니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하는 못된 어른 같아 부아가 치밀었지만, 거짓말은 하기 싫었기에 씩씩거리면서 대답했다.
"월급날에 행복했다가, 다음 월급날 전까진 평온하게 불행해져요."
이후에 같은 직장인으로 공감하게 되어 기쁘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요약하자면 오랜 시간 원하는 것을 얻은 인간이 몇 개월 만에 그것에서 느끼는 행복이 희미해졌으며, 또 몇 년 만에 싫증을 느껴 그것을 놓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간사한 권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간절히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난 다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대개 두 가지 감정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애착이거나 혹은 권태이거나. 그 갈림길에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못하거나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는 권태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회사 생활 3~4년 차가 마의 구간이라고 하는 듯하다. 새롭게 배울 것이 없어 목표가 희미하고, 익숙한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긴 어렵다.
권태를 빠져나가는 방법은 여기에 있다. 그 안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러나 더 이상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이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번 권태는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줄 예정이다. 당신의 권태는 당신을 어디에 데려다 두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