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이 생겼을 땐 어떻게 하세요?"
다정히 날 보던 눈이 내게 물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어떻게 하세요?"
잠시 고민하던 내가 이내 대답했다. "그냥 두고 버티다 보면 오해가 풀리니까 제 안에 중심을 잡고 버텨요"
그 말을 내뱉자마자 참 별로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오해나 미움을 받는 일이 더러 있던 인생이라고 고백하는 꼴 같아서 부끄러웠고, 내가 나를 너무 괜찮은 인간으로 포장한 것 같아 두 번 부끄러웠다.
그게 그냥 지어낸 말은 아니다. 몇 번의 오해를 겪은 끝에 내가 나로 잘 있으면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다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던 때가 정말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믿음을 의심해서 나는 때마다 흔들렸다. 본인은 들판의 갈대보다도 정신없이 흔들렸던 주제에 타인에게 내 처지를 설명할 때에는 이 정도 상처는 금방 낫는다며 웃어 보이던 허세 가득한 나를 내가 너무 기억한다.
그러나 그 어떤 허세로도 나 자신까지 속이지는 못했고, 버티느라 쥐가 난 다리를 남몰래 주무르며 울던 나를 내가 너무 알고 있다.
그러니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어떻게 하세요?"라는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해야 한다면 이렇다.
혼자서 울어요. 서있을 힘이 없어 바닥을 기며 울다가도 다 젖어버린 바닥이 한심해 헛웃음을 켜다가 겨우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다시 눈물이 나면 울기를 반복해요. 그 우스운 광경을 반복하다 보면 지쳐서 까무룩 잠에 들죠. 그렇게 엉망인 와중에도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별 일 아닌 듯 그런 일이 있었다며 떠벌리고는 인생 쉽지 않다는 당연한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해요. 그렇게 반복해 내뱉다가 결국 굳은살이 박혀 내뱉는 마음이 아프지 않은 시점이 오면 아, 비로소 괜찮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타인에게 이 모든 말을 내뱉기엔 그의 난처할 표정이 그려지니, 누군가 다시 내게 묻는다면 대답은
"그저 꿋꿋이 버티면 시간이 지나 괜찮아진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