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Chapter 04. 잡다한 이야기

얼음 땡, 준비 시작

by 세령

"나에 비해 자기는 생각이 더 열려있어"

"내 그릇에 비해 난 욕심이 너무 큰 거 같아"


이런 말들을 하는데 그가 말했다.

"사과해. 내 여자친구한테"


어리둥절하여 그게 무슨 말이냐 물으니 그가 말한다.

"'나에 비해'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잖아. 내 여자친구 멋진 사람인데"


아. 하고 멋쩍게 웃었다. 나는 나 자신이 좋지만서도 대단히 멋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데, 이 사람에겐 아닌가 보다.

그는 나를 다른 무엇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애초에 나 자신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도 비교라는 게 그렇게 나쁜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내 말속에 나를 깎아내릴 의도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런 사소한 말들이 모여 내 꿈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벽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꿈과 욕심을 현실에 옮기는 방법을 안다. 방법은 그냥 하는 것. 나이키 광고에 지겹게 나오듯 일단 그냥 해야 그다음에 결과도 있다.

하지만 안 될 것 같은 길은 쳐다도 보지 말라고 배우며 산 세월이 너무 길어서 상상했던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설렘이 도무지 두려움을 앞지르질 않는다. 안 가본 길은 여전히 나를 긴장하게 만들어서, 길목에 설 때마다 매번 이 길을 가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너스레를 떨며 주저앉는다.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평생 모든 꿈을 묻으며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엔 난 욕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걸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심도 많고 겁도 많은 나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맨몸으로 다이빙은 못 하는 겁쟁이더라도 안전장치 튼튼한 번지점프는 살면서 한 번쯤 용기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떨어져도 죽지 않을 안전장치 -그러니까 최소한의 돈, 나 하나 누워 잘 수 있는 공간,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마음- 를 오늘부터 준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내 곁에는 뒤로 넘어져도 든든하게 받쳐줄 네가 있다.


얼음 땡, 준비 시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Chapter04. 잡다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