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물셋 같은,
내가 스물셋보다 어리던 시절에 발매된 아이유의 '스물셋'. 그 노래는 미숙한 자아가 가지는 양가감정을 여과 없이 나타낸다.
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
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치우고 싶어요.
아 알겠어요 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냐 돈이나 많이 벌래.
...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아냐, 다 뒤집어 볼래.
양가감정; 어떤 대상, 사람, 생각 따위에 대하여 동시에 대조적인 감정을 지니거나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라 하고, 나는 서른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스물셋의 아이유처럼 양가감정을 충실히 끌어안고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저 노래 가사는 그냥 지금의 나다. 여전히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 열심히 하다가도 아 그냥 다 때려치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사랑하며 사는 게 인생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다가도 제 앞가림 하나 어려운 쪼들리는 인생인데 돈이나 벌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처럼 이 사회의 톱니바퀴로서 충실히 돌아가면서 사는 조용한 인생을 원하다가도 모두가 인정하는 도전과 성공을 해낸 유명한 인물로 거듭나고 싶기도 하다.
내가 가진 양가감정에 나 자신이 혼란스러운 건 내가 여전히 사춘기라는 증거인 걸까. 다른 어른들은 본인이 되고 싶은 모습을 명확히 알면서 살아가나.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른다. 여전히 내 안에는 아이돌이 되고 싶던 12살의 나와, 화가가 되고 싶던 16살의 나, 건축가가 되고 싶던 18살의 나, 그저 연금 차곡차곡 쌓이는 직장인이 되고 싶던 22살의 내가 모두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교복을 입던 시절 3월마다 적어내야 했던 장래희망란을 지금 누군가 들이민다면 그때처럼 마감기한까지 적지를 못 하다가 무수한 고민 끝에 가장 평범한 답변을 적어낼 것이다.
내 장래희망은 여전히 공란.
장래희망 :
꿈이 명확한 사람이 부럽다. 내가 100가지 애매한 재능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라 1가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런 고민을 안 했을까 하다가 100가지 애매한 재능 덕에 조금 편하게 살았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그러나 이조차 양가감정.
아, 지겨운 양가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