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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02. 계절

여름

by 세령

녹음이 짙어지고, 조금 걸으면 등에 땀이 나는 계절이 오면 우리는 여름을 마주친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반복해서 마주치는 대상에 대해 관성과 같은 태도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모님에게 다소 무뚝뚝한 말투가 튀어나오고, 연인에게는 세상 달콤한 말투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반복해 마주치는 계절을 대하는 태도도 각자가 관성으로 지닌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봄에는 움트는 모든 것에 내내 감탄스럽다. 가을에는 차가워 달큰한 바람에 차분해지고, 겨울에는 자꾸 움츠러들어 외롭다. 그러나 이런 태도들보다 여름마다 벅차오르는 내가 가장 좋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솨아- 흐르는 바람 소리와 미친 듯이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배경으로 자꾸만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 더운 공기 때문인지 숨이 차고, 숨이 차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그 두근거림을 짜증이나 힘겨움이 아니라 '벅차오름'이라고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내가 여름에 태어나 이 계절 속에서 이유 없는 사랑들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름마다 받은 만큼 치열하게 사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냥 '관성'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 모든 경험이 쌓여 내게 여름은 벅차오름으로 새겨진 것뿐이다.


나는 이 관성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뜨거운 여름 더위에 데이는 일 없이 그저 벅차오르기만 하다가 기쁘게 가을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이제 5월, 다가오는 여름에 벅차오를 준비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은,

일렁이는 푸른빛, 얼음 가득한 믹스커피, 선풍기 앞에서 아 하며 듣는 사오정 소리, 물컵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헐렁한 반팔과 반바지, 매미소리 가득한 아파트, 놀이터 웃음소리, 담벼락에 장미, 수영장과 수영복,

그리고 그 안에서 두근거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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