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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4. 잡다한 이야기

고작 서른에 하는 선택

by 세령

그런 말이 있다.


20대에는 한 가지가 마음에 들면 연애를 하는데, 30대에는 한 가지가 마음에 안 들면 연애를 안 한다.


그 말을 공감하는 시간이 왔다. 이제는 20대 초반 때처럼 친구들을 만나 애인과 싸운 얘기를 하며 우는 시절은 지났고, 어떤 이유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망설이거나,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이별을 고민하는지에 대해서 주로 말한다.


왜 그럴까 한참 생각하다 보니 고작 서른 즈음에 우리는 평생 함께할 반려자를 선택하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작 서른 즈음에'


그렇게 내가 선택한 가족은 날 때부터 부모님이 만들어둔 형제자매와는 전혀 다르다.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의 책임이 전부인 관계이다. 시작도 끝도 내 책임인 것이고, 나는 그 '책임'이라는 게 내내 두려웠구나 하고 짐작했다.


근래 애써 다가온 사람과 잘 되다가도 미숙한 나의 안목을 믿기가 어려워서 그에게 먼지만큼의 단점이라도 보이면 혹시 내가 또 틀렸을까 겁을 잔뜩 먹으며 온갖 최악의 수를 상상해 냈다. 그 사람의 단점이 싫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책임지지 못할지도 모르는 나약한 나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다. 미약한 마찰에도 나가떨어져 버리는 못난 사람이 나일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어쩔 수 없이 사랑해버린 상대에게 자꾸만 확신을 갈구하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잘 맞는 거라고, 우리가 바로 운명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되뇌기 위해서.


20대의 패기를 다시 불러와 불같은 연애를 하긴 어렵겠지만, 이런 불안감은 나에게 도움이 되질 않고, 쓸모없는 감정소모만 불러오니 나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걸 이제 우리는 안다.


나약한 나의 선택이 아니라 그 사람을 믿는 거다. 내가 그린 미래에 함께하고 있는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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