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티지 못했다#8

나를 되돌아보며

by 세보

[에필로그: 경험을 통한 '진정한 나'에 대한 깨달음]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퇴사하겠습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왜 그리도 무거웠을까. 일주일 차에 처음 먹었던 마음은 타이밍이 어긋날 때마다 혹은 새로운 업무가 내 책상 위에 떨어질 때마다 목구멍 안으로 다시 쑥 들어갔다.


그 한 달은 마치 멈추지 않는 물레방아 같았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의 부담감 속에서 나는 겉돌았다. 하지만 그 고단한 회전 속에서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를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메타인지'가 켜진 순간이었다.


인턴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단순히 디자인 스킬의 부족함만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내 마음속 '자신감의 부재'였다. 업무를 처리하며 느꼈던 버거움은 실력 탓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에서 온 것이 컸다.


그래서 나는 멈추기로 했다.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채우기 위한선택이다. 다시 '취업 준비생'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앞에 서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지금 이 순간도 복합적인 사정들이 겹쳐 불안하고 초조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취업은 수많은 패배 속에서도 딱 한 번의 '1승'만 거두면 되는 게임이니까. 지난 한 달,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는 자책 대신 부족함을 채울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려 한다.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는 그 '1승'을 향해가는 치열한 여정이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흔들리고 있지만, 결국엔 나만의 속도로 완주해낼 나의 다음 페이지를 기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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