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팝니다, 가격은 '열정'입니다#5

심리 솔루션 중소기업 웹기획자 면접 - 공덕역

by 세보

이전의 면접들이 전쟁터 같았다면 이번 면접 장소는 묘하게 가정적이었다. 심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강소기업. 오피스텔에 위치한 회사는 입구에서부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전투화와 다름없던 구두를 벗어야 했다. 맨발, 혹은 양말 바람으로 면접을 본다는 것. 그것은 개인적으로 묘한 무장해제였다. 딱딱한 바닥의 온기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100대 1이라는 살벌한 경쟁률을 뚫고 온 자리였지만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거실에 초대받은 듯 평온했다.


면접실(이라기보단 회의실)에는 나와 또 다른 지원자가 차례대로 왔고 총 4명이었다. 몇분 뒤, 여자 대표님과 남자 개발 이사님이 오시고 화목한 분위기로 면접이 시작되었다. 4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긴장된 자기소개부터 시작되었다. 무난하게 잘 흘러갔다. 4명이다보니 내 앞 지원자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생각할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각자 개인질문을 받다가 드디어 포트폴리오 질문으로 넘어갔다. 개발 이사님이 내 포트폴리오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포트폴리오, 아주 잘 만들었네요." “딱히 질문할게 없는데요.” 취업 준비 기간 내내 나를 갉아먹던 자존감이 그 한마디에 조금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부품'이 아니라 '기획자'로 대우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질문이 없다고하니 매우 불안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질문을 안하는 면접은 이번 면접이 처음이었다.


그 후, 이력서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왔다. 현실적인 검증은 피해갈 수 없었다. "이력서를 보니까 근무 기간이 좀 짧네요?" 이전 직장에서의 짧은 경험. 면접관들에게는 끈기 부족으로 보일 수 있는 '빨간 줄'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해명했다. "일경험인턴이라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참여했던 거라 기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납득하는 눈치였다. 다음 질문으로는 "본인이 생각하는 웹 기획자의 일은 무엇입니까?" "기대하는 역할은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공부해왔던 기획자의 정의에 대해서 말했다. 비즈니스 목표, 고객의 요구에 맞게 기획을하는 사람이라고… 개발 이사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개발 이사님의 표정을 보고 내가 잘 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마지막 면접 질문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할말은요?” 정말 솔직히 할 말이 없었지만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물어봤다. 솔직히 이 마지막 할말 부분이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면접이 끝났다. 현관에서 다시 구두를 신었다. 발이 다시 딱딱한 구두 속으로 들어갔다. 100대 1의 경쟁률. 그중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붙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면접은 허무하지 않았다. 나의 경험과 나의 포트폴리오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기록'으로 읽혔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문을 닫고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이곳이라면, 내가 기획자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 칭찬의 달콤함과 현실의 냉정함 사이에서, 나는 결과를 기다렸지만 일주일간의 고된 기다림을 했다. 결과는 전화통화로 왔는데 불합격이었다.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원했던 회사였지만 불합격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평] 《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