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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작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줄 가장 따뜻한 처방

by 세보
해당 서평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차가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펼쳐 든 책 한 권이, 꽁꽁 얼어붙은 제 마음을 예상치 못한 온기로 녹여주었습니다. 바로 채수아 작가님의 에세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 신화나 차가운 처세술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 사람과 삶, 그리고 그 안에 숨 쉬는 사랑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넘기며,작가님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흘려보내는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분이신 것 같아요."라는 학부모의 편지 글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함에 행복을 느끼는 작가님의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문득 펜을 멈추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나는 무엇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일까? 나의 아버지는 내가 어떤 어른이 되기를 바라셨을까." 단순히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리는 동안 정작 내가 걷고 싶은 길의 풍경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무거 질문이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기적 같은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작가님이 겪은 화상 사고와 그 치유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습니다. 심각한 화상을 입고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절박한 상황 속에서 기적처럼 자리가 나 치료를 받게 된 이야기, 그리고 흉터 하나 없이 낫게 된 과정은 인간의 힘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끼게 했습니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과로로 쓰러져 백혈구 수치가 치솟았을 때 작가님의 태도였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내맡김의 기도'. 그 기도를 통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을 읽으며, 취업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아등바등하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그 이후의 결과는 흐름에 맡겨두어도 되지 않을까. 꽉 쥐고 있던 불안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도 되겠다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해 찾았던 명상센터에서의 깨달음도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명상은 꼭 눈을 감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저의 고정관념을 깨주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저는 늘 눈을 감고 도망치려 했습니다.하지만 진정한 치유는 현재 내 마음의 괴로움을 그리고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를 더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미래의 걱정 때문에 현재의 나를 학대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된 책이 아닙니다. 대신 작가님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겪은 실제 경험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전하는 위로는 가볍지 않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취준생들, 혹은 인간관계에 지쳐 마음의 온도가 낮아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덮으며 메모장에 적어놓았습니다. "남음 없이 떠나기 위해, 주고 싶은 거 마음껏 주고, 매일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며,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이 책은 저에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지금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당신의 삶에도 분명 예고 없는 기적과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요. 오늘 밤, 불안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유자차 같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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