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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Oct 26. 2023

다달이 주는 무언가의 무거움

샌디에이고 여기저기를 거닐다.Mission Bay, 라호야 어딘가.

이곳에서의 생활을 조금씩 정리하는 중이다.

그와 더불어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그리 요란하지 않게 남은 시간을 이곳저곳 거닐어 보고 느껴보고 있다.


Riff Yoga Studio

그루폰 핫딜로 요가 한달 체험 중. 야외에 있는 요가 장소가 넘 맘에 든다. 그늘 사이로 나뭇잎 그림자와 파란 하늘이 너무 좋다.
요가스튜디오 가는 길 미션베이 어딘가. 정말 샌디에고 스러운 공원이다. 나는 홀로 자유를 만끽하는 중

Harbor Island와 Shelter Island

하버 아일랜드에서 저 멀리 샌디에고 다운타운이 보인다
Shelter Island 쪽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코로라도 브리지가 코로라도 섬에 가려져 안 보인다.




지난 Rise Festival에서 하늘로 올려 보낸 나의 풍등에는 '자유와 독립'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쉽게 만나는 흔해 빠진 그 두 단어가 각자의 삶에 온전히 자리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산책을 하고 이곳에서의 일상을 지내는 내내 그 두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는다.


'자유'는 참으로 많은 것을 딛고서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것 중의 하나는 경제적인 것이라는 것을, 정말이지 이렇게 나이를 잔뜩 먹고서야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대학에 들어가고 난 이후부터 정말이지 쉬지 않고 '돈'을 벌었다.

'돈'을 번 이후로, 특히 결혼이라는 것을 한 이후에는 더더욱 꼬박꼬박 어딘가로 그것을 보낸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이고 의무이자, 조금 나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선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돈을 벌지 않는 이 순간에도  '다달이 주는 그 무언가'는 쉼이 없다.

그것이 꼭 큰 것이어야만 무거운 것이 아니다. 그저 다달이 이루어져야 하기에 무거운 것이다.


수술을 하고 난 뒤에도,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을 때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을 때에도, 어찌해야 할지 너무나도 막막한 삶의 바닥을 치는 그 순간에도.

다달이 이루어지는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쉴 수가 없었다.

단 한 번도, 그 어느 누구도 "잠시 쉬어도 된단다."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너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너는 그래도 괜찮아 능력이 되잖아. 그게 인간의 도리야.  



진심으로 어이가 없는 것은, 다달이 '주는' 그 무언가는 이렇게 무겁고 매서운 것인데 반해 

다달이 '받는' 그 무언가는 너무나도 가볍고 하찮다는, 그 점에 있다.

그것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그저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도 그것을 인지하려 하지 않는다. 


'무언가'는 돈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시간과 노동력도 그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기적이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 셈을 하면서 돈과 시간 노동력을 딜한다. 

이기적이고 약은 사람일수록 적게 주고 많이 받는다. 때로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찐 능력자도 있다. 받기만 하는 쪽인데 이유 없이 지나치게 당당한 사람도 많이 보았다. 사람들의 생각은 어쩜 다 저마다 자기 편할 대로 이기적인지. 신은 무엇으로  이들 사이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일까. 그 안에 담긴 사랑의 양일까. 

나이가 들수록 배려하고 지혜로운 어른은 오히려 드물다. 늙음이란 생각보다 사람을 이기적이게 한다. 약해지는 인간의 보호본능인 걸까, 나의 셈도 점점 이기적으로 변한다. 늙음이 두렵다.


아무튼, 이러한 셈과 딜이 난무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피곤할 따름이다.

나는 그저 자유롭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지만

다달이 주는 무언가가 무겁기만 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선이 아니요,

다달이 받는 무언가가 당연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이미 부끄러운 마음, 염치를 잃은 것이다.


다달이 주는 것도 다달이 받는 것도 없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나는 그것을 독립이라 부른다. 

나도, 나의 아이들도 그저 독립적인 삶을 살기를.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밥 한 끼도 스스로가 만들어 낼 줄 알고, 자신한테 필요한 그 무엇도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고, 내 생존에 관한 그 어떠한 것도 누구에게 신세 지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주욱 살아갈 수 있기를.

다른 누군가로 인하여 자신의 자유를 내어주지 않기를.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면 그 안에 사랑을 담뿍 담아 서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훨훨 자유롭기를.

성당에 다녀 오는 길, 나는 바르게 나이들고 있는 걸까요?
라 호야의 언덕 어딘가
눈부신 라호야 어느 동네 한켠에서 바라 본 바다
나의 아집과 이기심도 날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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