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파인 골프장
골프는 아직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를 치면서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맞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건 트레일을 걷는 것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운동이 많이 된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쓰고 겨우 걷는 거 정도의 운동이라니.
골프 레슨도 제대로 받지 않고 골프 자체에도 이처럼 시큰둥하면서도 가끔씩 골프를 치러 간다.
(절대 못쳐서 심통나서 심드렁한 것 아니다;;;)
아름다운 골프장 구경이 첫 번째 이유요, 시원한 바람맞으면서 카트를 모는 재미가 둘째다.
특히 오늘은 오랜만에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토리파인 사우스(Torrey Pine Golf-South Course)다. 게다가 트와일라잇 아닌가.
해지는 것도 보고, 골프도 치고, 골프장 관람도 하고.
샌디에이고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토리파인골프장은 토리파인 주립공원과 바로 붙어 있다. 어찌 보면 같은 하늘, 같은 언덕이다.
골프장은 깎아 만든 아름다움이라 어찌 보면 자연보다 못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멋진 골프장은 멋진 건물과 비슷하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훤칠하게 멋지다.
그 공간 안에 있으면, 그 역시 아름답기에 마음이 참 좋아진다.
우리의 골프는 차마 점수를 매기지 못할 정도이나, 뭐 그러면 어떠랴.
이렇게 아름다운 트와일라잇을 찬찬히 느끼다니.
해질 무렵의 골프를 '트와일라잇'이라고 부르며, 할인까지 해 주다니.
(이렇게 멋진 시간에 골프를 하면 더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아름다운 골프장에서도, 매일매일 낮과 밤이 만나는 트와일라잇은 화려하다.
어쩜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다채로운 색과 빛과 바람을 보내는지.
어둠이 내릴 때까지만 치게 되는 '골프'의 '트와일라잇'.
넓은 골프장 끝에서 끝까지 카트를 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토리파인 로지 앞에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멋진 파티도 열리고
멋진 골프장과 바다뷰를 안고 있는 Scripps연구소에는 하나 둘 불빛이 보인다.
일상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녹녹지 않겠지만,
녹녹지 않은 일상에 그저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로 시선만 두어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냥 부러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