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온의 행운은 J와 H에게.
Loma Santa Fe는 정규 골프장은 아니고, 파3 경기장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더니, 때때로 소나기도 내리고 날도 추웠다.
8 tee에서 드라이버를 쳤더니 그린으로 잘 올라가는 게 보였다.
오호 나쁘지 않은 걸.
천천히 남들 치는 거 구경하면서 그린으로 향했다.
그린에 다가와서 이번에 파라도 해보려나.. 뭐 그런 마음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 주황색 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디 또 숲으로 들어갔나 보다 내가 그렇지 뭐. 이러고 헤매는데.
먼저 퍼팅을 한 태국출신 할머니께서 홀인원!! 이라며 홀에서 내 공을 꺼내 주신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그 홀인원이 일어난 것이다.
나야말로 Unbelievable!!!
그렇게 얼떨결에 홀인원.
홀인원을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게 나한테 일어나다니.
살면서 이렇게 황당한 순간이 있을까 싶다. 홀인원이라니.
골프가 어려운 걸 아니까 홀인원은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다.
(홀인원은 정말 실력과 무관하게 운으로만 달성되는 것 같다;;)
흐린 날씨와 나한테는 꽤나 긴 거리(130야드)와 다들 고만고만한 실력의 4인이 치던 터라,
그 어느 누구도 홀인원일 거라 생각도 못했으니까.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오래 동안 바래야지만 뭔가 이루어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노력보다는 어쩌면 운, 그리고 운명으로 모든 게 결정되어 있는 것인지도.
아무튼, 오늘 내게 다가온 행운은 내가 가지지 않을 생각이다.
고이고이 담아 고스란이 J와 H에게 모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