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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Aug 30. 2023

[US-SanDiego] 가이플레밍트레일

안개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답다. 토리파인SP

토리파인 주립공원을 꽤나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어리석기도 하지. 오전의 토리파인에 이렇게 안개가 가득하다니.

매번 주차장과 가까운 razor point와 yucca point만 다녔더니

가이플레밍트레일(guy fleming trail)이 이렇게나 새롭다.

내가 찾지 않은 동안, 이곳에도 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모든 곳을 다 가볼 수 없지만, 가까이 두고 찾지 못한 꽃들이 괜히 아쉽다.
꼭 해가 쨍하고 빛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렬한 샌디에이고 여름날 오전-바닷가에 가득한 안개와 함께



백수의 평화로운 상태를 꽤나 잘 유지한다고 생각했었다.

오만하기도 하지. 약간의 흔들림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다니.

아름다운 자연과 평화로운 상태가 오래 지속되니, 잊고 지냈던 지난 기억이 이렇게나 별로다.




잊고 지냈고, 앞으로도 잊고 싶은 기억들이란, 대부분 '돈을 버는 고단함'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내면은 아무것도 없는데 알량한 힘과 권력이 뭐라고, 그걸 마구 휘두르는 사람이 허다했다.

자신의 능력과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사람들은 무례하며 어리석다.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은 드물다.

'돈을 버는 고단함'이란 그 모든 것을 참는 것을 의미한다.

난 그저 게으르고 비겁한 멍청이에 불과하다는 것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시들고 새로이 피어나는, 예쁠 것도 없으나 예쁘기만 한. 안개속에서도 여전히 예쁘구나.

 

이곳에서의 행복은 어쩌면 '돈을 버는 고단함'에서의 잠시비껴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불안함은 어쩌면 다시 '돈을 버는 고단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


오래오래  담아두자.

그저 안개 속의 저 들꽃처럼만 살기로.


거창할 것도 없고, 대단해질 필요도 없고, 착한 사람일 필요도 없다.

나와 닿아 있는 사람들 나를 보아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작은 꽃만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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