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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겨울 Jan 12. 2022

친절한 겨울

빠른 년생 인간


시작

지금은 없어진 이른바 빠른 년생 인간이다. 엄마가 일부러 1월에 나를 낳진 않았다고 하셨지만 1월에 낳은 김에 학교는 일부러 일찍 보내셨다고 했다.

7살에 학교에 보내진 후엔 자발적으로 빠른 인생을 살아갔다.

남들보다 빠르게 학교에 갔고 남들보다 빠르게 졸업을 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취업을 했고 남들보다 빠르게 퇴사를 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결혼을 했고 남들보다 빠르게 출산을 했다.

빠른 인생을 살아서 그런지 나에게는 겨울도 빨리 찾아왔다. 따듯한 봄, 여름, 가을을 충분히 즐길 새도 없이 빠르게 겨울이 찾아왔다. 보통은 생일이 있는 계절이 제일 기다려진다든데 어째서인지 나는 겨울이 두렵다. 빠르게 찾아오는 겨울이 두려웠다. 겨울은 모든 것이 혹독했고 나에게 친절한 겨울은 없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꽁꽁 얼었다가 녹는 그 느낌이 싫어서 겨울이 두려웠다.




내가 빠른 인생을 살았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버겁기는 했어도 삶은 그런대로 잘 살아졌다. 그런데 내가 빠른 인생을 살아서인가? 2017년 환갑을 맞이한 엄마마저 빨리 가셨다. 나는 그 해 처음으로 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이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던 것이 엄마를 보내고 터져버렸다. 그 후로 6년이 흘렀고 아직 병원을 내원하고 있지만 지금 나는 모든 것과 공존해서 잘 살아가고 있다.




외로운 것이 싫고 공감하고 싶은 검색의 시대. 나의 병명은 불안장애인데 불안을 찾다 보니 다양한 사례가 나왔다. 나는 이렇게 극복했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극복했구나.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게 있었다. 나처럼 비교적 ‘일찍’ 결혼하고 ‘일찍’ 출산한 ‘딸, 아내, 며느리, 엄마’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없을까? 내 마음과 내 상황과 똑같은 사람을 찾지 못해, 먼저 나서 보기로 했다. 빠르게 빠르게 일찍 일찍. (내 인생만으로도 모자라서) 덤으로 나보다 9년이나 인생을 빨리 시작한 남편을 만나 같은 직장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런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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