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2) 돌 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넜는데

님아, 그 다리 가짜래요.

by 디딤돌

나는 전세사기를 당했다.

내가 전세사기 사실을 인지한 건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서도, 집에 압류가 걸려서도 아니었다. 아마 내가 뒤늦게 인지를 했다면 나는 그 집에 살면서 압류도 걸리고, 연락이 왔을테지만 나는 그냥 우연히 뜬 기사 하나.


[단독] 00지역 또 전세사기 발생, 집주인은 50대 박모씨


저 한 문장으로 나의 전세사기 사실을 깨달은 초능력자였-겠냐?

초능력은 아니고, 내가 전세사기를 빠르게 깨달은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굉장히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다.

돈은 그저 적금과 예금에 넣어 알차게 굴리며, 주식? 절대로 삼전만 한다. 그냥, 가장 안전해보이기 때문이다. 뭐든 할 때에는, 리스크가 가장 적은 것만 하며 혹시나 리스크가 큰 일을 하게 된다면 리스크를 철저히 대비하는 타입이다.


그런 내가, '사기'를 당했다.

대부분 사기를 당하게 되면 '대체 왜 그런 걸 당했어.'라며 사기당한 이들을 책망하곤 하는데, 물론 그게 100%의 비난은 아니고 안타까움을 담은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당한 자는 참으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나도 할 건 다 했거든요!


나는 정말로 조심성이 많았다.

내 첫 독립은 2019년 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전세보증보험'이 있었으나 아무도 그걸 들지 않는 시기였다.

심지어 내 첫 전세 집은 대단지 아파트였으며, 매매가와 전세가도 꽤 차이가 나는 곳이었다. 집주인은 내가 묻지 않아도 먼저 자신의 신상(일하는 곳, 자신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어필해준 좋은 집주인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때는 딱히 전세사기가 많지도 않았고, 그 수법이 흔하지도 않았다. 다들 그냥 전세를 들어갔다 잘 나오는 분위기였으나, 나는 그럼에도 첫 집에서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했다.


굉장히 안전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불안했고, 현재는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라면 '의무'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가입비용조차 '임대인'이 지불해야 하지만 당시엔 그렇지가 않았다. 나의 첫 집 주인도 집이 많은 '임대사업자'였으나, 당시엔 보증보험이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내 쌩 돈 30만 원을 내야 했고, 사실 그 금액이 조금 아까웠으나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 가입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던 첫 집은 매우 안전했으며, 나는 그렇기에 조금의 착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도 '전세보증보험'이 되는 집에 가면 다 괜찮을거라고.


그렇기에 나는 다음 집을 구할때도 매우 신중하게 조건을 걸었다.

게다가 나는 이번에도 나름 신중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는 집'만 보러 다녔으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특약도 넣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런 특약은 어차피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럼 왜 넣는걸까.)


문제는 내가 들어간 집이 '신축빌라'였으며, 집주인과 계약한 게 아니라 '건축주'와 계약한 이후 집주인이 바뀌는 형태였는데, 당시 중개인은 '이건 정말 당연하고, 흔한 계약 형식'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정말로 그런 계약이 흔했고 나는 아직 전세사기가 세상에 많이 얼굴을 내밀기 전. 그러니까 사기친 사람들은 있지만 사기가 수면위로 올라오기 전 계약을 했기에 그게 그렇게 큰 문제라고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집을 계약한 뒤, 집주인이 바뀌는 시점에서 중개인은 집주인이 꽤나 여유로운 '재력가'이며, 그렇기 때문에 보증료 반환은 더더욱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의 첫 집주인 역시 재력가였다.

부동산에서는 그 분이 집이 꽤 많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게 그 집에서 사는데 더 좋은 장점이 되진 못했어도 어쨌든 '보증보험이 되는 집에, 집주인은 부자'라는 공통적인 사실 때문에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뒤로 한 채 그 집을 선택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까지 내 글을 본다면,

'신축빌라, 건축주와 계약, 갭투자'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전세 계약을 하면서 본인이 신중했다고? 라고 묻겠으나 나는 신중했다. 나중에는 더 좋은 아파트에, 더 비싼 집에 갔으면 사기를 당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아파트에서도 일어난 사기 이야기를 보고 나는 더 이상 '내가 만약 그랬더라면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는 식으로 나를 책망하진 않기로 결심했다. 그건 나의 탓이 아니므로.


솔직히 말해 내가 이보다 더 신중했다고 내가 더 안전했을거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왜냐, 실제로 나에게 사기를 친 전세사기범은 꽤 큰 규모의 사기를 쳐서 나 말고 다른 피해자들은 '그 시기에 그 동네의 집'을 구하는 순간 어떻게든 그 사기범과 연결되는 구조로 판이 짜여져있었다고 한다.


사기를 당한 우리는 그냥 그 시기에, 집을 구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운 나쁜 시기에 집을 구해 입주를 하며, 나는 전세사기범의 올가미에 걸려들어가 목이 조여오는지도 모른 채 그 집에서의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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