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한데는 다 이유가있다.
지난 편에 이어,
본격적으로 내가 왜 이 집이 전세사기의 위험이 있는 집인지 알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그 증거는 굉장히 명확했고, 눈치를 못 채면 바보 수준이었다.
새 집에서는 종종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불안감이 커서,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린 것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쎄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우선, 집주인은 보증보험 가입을 끊임없이 미뤘다.
내가 가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어째서인지 그 당시 내가 가입을 할 수가 없었다.) 집주인도 제대로 가입을 해주지 않아 속을 썩이던 것부터 쎄했던 집주인.
그 이후, 집에 국세청에서 날아온 의문의 우편에는 집주인의 이름이 적혀있었고(하지만 내가 당사자가 아닌지라 뜯어볼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이상한 채권류의 서류가 날아오는 것 같았으나, 사실 거기에는 집주인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저 찝찝함이 커져갔을 뿐이었다.
그렇게 의심할 거리가 많았는데, 왜 그냥 그 집에 있었느냐고?
나의 돈이 '인질'로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탈출하려고 해도 나의 전세금은 이미 집주인의 통장 안에 들어있었다. '님이 의심되니까 저는 나가겠습니다. 돈 주세요.'하면, '아! 눈치가 정말 빠르시네요! 제가 너무 많은 증거를 흘렸죠?'하며 돈이 돌아올리가 없었다.
가장 바라는 점은, 이 모든 나의 우려가 그저 우려로 끝이나는 것이었으나!
애매한 희망에 나를 걸기엔 애매했다.
결국 나는 생각했다.
만약, 이 집 주인에게 돈을 받지 못한다면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그러려면 전세보증보험에 내야 할 서류가 제대로 필요했는데, 그 중에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집주인과의 '계약서'
아무리 기존의 계약서의 지위를 집주인이 승계한다고 해도 나는 현재의 집주인이 찝찝했고, 혹시나 문제가 생긴다면 충분히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결정은 하나였다.
나는 집주인과 연장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장계약을 할 부동산을 내가 직접 결정했다.
그냥 느낌만으로 또 그런데를 고른거냐고 묻는다면, 나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에 <한국 공인 중개사 협회>를 검색하면 그곳에 '현재 개업중인 중개업소 정보 및 공인중개사'의 정보가 뜨는데 그곳에서 개업 연도가 조금 오래 됐고, 중개사분도 오래되었으며, 정확히 인터넷의 정보와 일치하는 중개사분이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택했다.
이건 이제야 밝히는 이야기지만, 이후 전세사기 사실을 인지한 후!
내가 처음으로 이 집주인과 계약을 했던 부동산을 찾아보았을 때, 그 부동산은 정말 짧게 영업을 한 뒤 이미 폐업한 상태라는 걸 알게됐다. 물론, 협회에서도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협회는 이미 폐업한 중개업소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무튼, 내가 택한 부동산에서 나는 집주인과 연장계약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정말이지 새로 계약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했다.
왜냐, 집주인은 내가 사는 집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재력가라고 한다고 한들, 집은 한 두푼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론 머스크에게는 내가 사는 집 한 채 값이 껌 값이 될지라도, 우리 집주인이 일론 머스크는 아니었다. 어쨌든 '억 대'의 집을 계약하는데 집 주인은 이 집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나의 지난 집주인도 부자인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집에 관심이 없지 않았다.
애시당초 입주를 할 때부터, 지난 세입자가 남기고 간 흔적과 내가 새롭게 남기게 될 흔적에 대해서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기 위해 집을 확인했고 수리할 부분도 명확히 체크했다. 나를 의심하거나 못 믿는 게 아니라 그게 정확한 절차였기 때문이었다. 그 집은 딱히 빌트인이 된 가구나 가전이 없었기에 집의 상태만 확인했지만 그 안에서도 꽤 섬세한 확인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집주인은 아니었다.
심지어 집 내부에 빌트인이 된 가전이 꽤 많았음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계약서 상에 빌트인 가전 중 하나가 비어있어 내가 그것을 체크했을때도 시큰둥했다. '뭐야, 그냥 체크 안 하고 내가 떼서 가져가도 모르겠네.'싶을 정도로 그 집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내 손엔 계약서가 쥐어졌다.
나는 서둘러 계약서를 들고 주민센터로 가서 '확정일자'를 받고, 이후 보증보험에도 가입헀다.
그것은 내가 그 집을 택한 실수를 저지른 이후, 가장 잘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바랐다.
그저 이 계약서를 쓴 것이 나의 우려로 비롯된 일이기를.
그저 내가 너무 걱정이 많은 사람이기를.
슬프게도 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하지만, 언제나 법이 바뀌고 있으니 이 내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시 이자율의 상승, 전세가의 하락으로 인해 집을 '다운 계약(기존 전세가보다 전세가를 낮춰서 계약하는 형태)'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운 계약'시에는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후 확저일자를 받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기존보다 보장 범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이야기가 유튜브에도 꽤 많아서, 나는 확정일자를 받고 난 뒤에도 굉장히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무조건 확정일자가 필요하므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후,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안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