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전세사기 당했어?
그렇게 그 집에서 나는 2년을 더 아무 문제 없이 산 뒤, 보증금을 받아 나가길 바랐다.
집주인이 집에 관심이 없던 건 정말로 그 사람이 부자였기 때문일 거라고, 그렇게 돈이 많다는 것을 티를 낸 걸 보면 나 하나 돈을 돌려주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나의 바람을, 집주인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위험을 알리는 증표라고 하는 '쎄함'이 머리 끝까지 쌓였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뉴스 기사를 보게 된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주 익숙할 한 문장.
[단독] 00지역 또 전세사기 발생, 집주인은 50대 박모씨
그리고 말했다시피 이 문장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주인공이 내 집주인인 걸 알게 된 다음 날.
나는 공교롭게도 14시간의 비행을 한 뒤, 출장지에 가서 무려 1주일 정도의 업무를 해야했다.
밥벌이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이 회사는 나에게 달에 220만원을 주지만, 이 집은 내게 무려 2억 5천의 빚을 만들 수도 있단 소리야.'
오 마이 갓.
출근과 전세집 지키기의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당연히 전세집을 지키고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나를 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함은 명확했지만 문제는 그거였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집을 지키고 있으면 바로 해결이 돼?
당연히 혼란스러워도 출장은 가야했다. 할 일도 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머릿속은 혼란했다. 뭐부터 해야하지?
차라리 주말이었다면. 내일 출근이라도 안 할 수 있다면. 아니 그냥 14시간동안 인터넷을 못 하는 상황이 있지만 않다면 뭐라도 찾아볼텐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던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와 머리가 어지럽고, 그래도 뭔가는 해야하겠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흔들리던 와중.
갑자기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아니, 웃기게도 아주 많았다.
내 주변에 있던 수많은 나와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였다.
내 친구 A는 전세사기로 유명해진 모 동네에 살며, 실제로 전세사기를 당했다.
그 친구가 당시 내가 살던 집, 그러니까 나 역시 이후 전세사기를 당하게 될지 몰랐던 그 집에 와서 보증보험에 내야 할 서류를 미친듯이 작성했던 날이 떠올랐다.
내 후배 B역시 전세사기를 당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전세사기를 당했다며,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했고 당장 뭣도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과 복잡한 케이스 때문에 막막해했던 후배가 떠올랐다.
그 이외에도 C,D,E... 대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수많은 사례가 떠올랐다.
이놈의 전세사기야.
누구에게 연락을 할까 고민하다 A의 경우 이미 보증보험으로 돈을 돌려받고 이사를 간지 조금 된 시점이었어서, 당장 이 상황에 대해 잘 기억이 날 것 같지 않아 전세사기를 현재 진행형으로 해결중인 후배B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나 : 후배야... 자니?
후배 : 전 야행성이랍니다 무슨일이세요?
나 : 할 말이 있는데...
나 : 나...
나 : 전세사기 당했어
당장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내가 지르고 싶은 비명이 들려왔다.
이 세상에 저와 같은 피해자가 한 명 더 늘어났음에 당시 아직 사기를 해결하지 못했던 후배는 나보다 먼저 제 일처럼 화를 내주었다. 나는 당장 내가 내일 출국을 해야 하는 상황과 막막함을 알렸고, 후배가 물어왔다.
- 그래도 보증보험은 가입하셨죠?
"응. 다행히 가입했어."
- 그럼 됐어요. 일단 계약 해지부터 해야하는데 언니 전세 얼마나 남으셨어요?
"나? 대략 한 1년 넘게 남았어."
- 그럼 일단 집주인한테 계약 종료한다고 통보를 해두면 좋은데,
문자로 계약 종료 통보 연락되세요?
만약 안 되면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것도 안 받으면 공시송달도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건 문자로 계약 해지 한다는 내용에 '네'라도 답장을 받는 거예요.
다행히 경험자의 도움을 받아 다음 단계를 알게 된 나.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둘 다 피해자가 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후배의 존재는 감사했으나, 그 후배가 존재하게 된 이유를 감사하게 여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모두 전세사기에서 벗어나야했고, 나는 출장을 다녀온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자, 여기서 이제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전세 사기를 당했을 경우에는 집주인에게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하지 않겠다는 '계약 해지'의사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문자'다.
내가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알게 된 것은 모든 증거자료는 '문자'로 남기는 것이 가장 좋다. (카카오톡처럼 본인의 '번호'가 남지 않는 방식은 불가능하니 무조건 문자가 좋다.)
문자로 집주인에게 '어디 빌라 0호에 사는 000입니다. 0월 0일까지 되어있는 계약에, 더 이상 연장 의무가 없으며 계약 해지를 원합니다.' 식으로 문자를 남기고 반드시 답장을 받아야한다.
문자에는 집주인의 '번호'가 반드시 찍혀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카카오톡등의 메신저가 아닌 '문자'여야 한다.
자, 이제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면 참 쉽죠?
하지만 나는 쉽지 않았다.
왜냐, 내 집주인은 절대 문자를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구속이 되어 '감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