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믄흐르그흤드.
나는 조세호가 되었다.
집을 안 내놨는데 집이 어떻게 나가요?
심지어 집주인은 교도소에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세요?"
- 아, 여기 00부동산인데 집 내놓으신 거 매매하겠다는 분이 니와서요.
"저희 집주인 분이 교도소에 계신 거 아세요?"
- 네. 근데 대리인을 통해서 집을 내놓으셨어요.
자, 여기서부터도 의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이미 사기를 당해서 계약을 해지하고 있는데 집이 팔렸다? 솔직히 집이 팔렸다면 좋은 소식일 순 있었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집을 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 안 되지만 사실 사기를 당하면 말이 안 되는 상황도 믿고 일어나길 바라는지라, 희망이라긴 애매하지만 약간의 희망을 보려던 찰나.
중개업자가 다시 말했다.
- 거기 집이 방 두개에 거실 하나 맞죠?
그래서.
누구냐, 넌?
이미 내놓지도 않은 집의 매매 이야기부터 꺼림칙했으나, 부동산의 이야기는 더 꺼림칙했다.
내가 살고 있던 집은 1.5룸으로 거실 하나에 방 하나가 있는 구조였는데, 전화를 걸어온 중개인은 우리집의 구조를 '방 두 개에, 거실 하나'로 이야기했다.
내놓지도 않은 집을 갑자기 누군가 산다는 것도 황당한데, 집 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집을 팔 수 있다고?
대체, 무슨 집을 어떻게 매매를 하고 계신건가요?
"저희 집은 방 한 개에 거실 구조인데요."
- ....... 아, 그렇구나. 아무튼 매매자분이 나와서요.
"네? 근데 그럼 매매자분은 방 두개 짜리를 매매한다는 거 아니에요?"
- 맞아요. 집이 마음에 드셔서 매매를 하신다고...
"근데 저희집은 그 구조가 아닌데 어디를 매매한다는 거예요?
구조도 모르고 그냥 매매를 할 사람이 나왔다고요?"
- (침묵)
욕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아니, 실제로는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 부동산이 어디라고요?"
- ... 저희 00부동산이요.
"그게 어디 있는건데요?"
- 00동이요.
"저희 동네도 아닌데 거기서 중계를 하시는 거예요?"
- 아, 뭐... 네. 그렇게 됐네요.
그래, 사실 먼 동네에서 중개를 할 수도 있겠으나 그 부동산은 멀어도 너무 멀었고(우리 집에서 1시간 거리) 거기다가 집의 구조도, 뭣도 모르는 상태로 대체 집을 어떻게 판다는 말인가?
이미 꺼림칙한 게 많은 상태로 전세사기 사건을 해결 중인 와중에, 동네도 아닌 이름 모를 곳의 부동산에서 갑자기 집이 매매됐다는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결코 유쾌할리가 없었다.
"공인중개사님은 맞으세요?"
-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000이에요.
"제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이쯤되니까 진짜 열이 올랐다.
아, 이 사람들이 나를 호구로 봤구나.
나는 또 뭐 대단히 빠르게 좋게 해결이 될 줄 알았더니, 그런 건 없구나.
그리고 나는 재빨리 네이버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집을 재계약할 때 또 다시 계약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서치를 했었고 그때 알아두었던 사이트가 있었다.
바로, <한국 공인중개사 협회>
여기에서는 현재 개업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정보와, 그곳에 있는 공인중개사의 정보, 그리고 중개 보조원의 정보까지 알아볼 수 있었고 나는 난 이곳에 내게 전화한 공인중개사의 이름, 그리고 중개업소의 이름을 쳤다.
우리집과 무려 1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중개업소.
그리고 그곳에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의 이름은 '중개보조인'으로 들어가있었다.
한 마디로 그 사람은 공인중개사가 아니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인은 집을 거래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고, 사실 중개 보조의 역할은 당연히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나에게 '본인이 공인중개사'라고 말한 상태였다.
나는 당장 그 사람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네, 여보세요.
"방금 전화받았던 사람인데요. 본인이 공인중개사 맞으세요?"
- 네, 맞아요.
"제가 공인중개사 협회 조회해봤는데 중개 보조인이시던데요."
- (침묵)
"중개 보조인은 중개 하시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거기다가 왜 거짓말을 하세요?
저희 집 구조도 모르시면서 집이 팔렸다는 이야기부터 다 말이 안 되는데요?"
- 아, 그건 저희가 잘못 알았어요.
"그러니까 매매인분은 집 구조도 모르는데 그냥 집을 산다고요?"
- (침묵)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화는 가시지 않았다.
진짜 어디까지 사기를 치려고 이러는걸까? 여기서 집을 매매한다면 그 매매인은 진짜 누구이며, 그 다음엔 또 어떤 엉망진창의 단계가 있는걸까?
우리 집을 가지고 사기를 친 사기꾼이 또 다른 사기를 준비하는건지.
아니면 뭔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이게 내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과, 분명히 누군가 장난질을 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화가 났다.
뭐라도 하고 싶고 어디에 욕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또 사기를 치려고 한다고?
그저 보증보험이 있으니 돈을 돌려받으면 그만이라고 하기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