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갱신권 행사하길 잘했지!
어찌저찌 복잡한 단계를 거쳐, 나는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의사를 밝히는 가장 나은 방법을 찾았다.
바로 교도소에 '교도소장 앞(죄수번호/집주인이름)'으로 '내용 증명'을 보내서 계약을 해지하는 것.
하지만 여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집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내용 증명'을 보내봤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계약 종료일에 더 이상 계약 연장 안 한다.'는 의사표시로, 결국 나는 '계약 종료일'까지 이 집에 있다가 그 이후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전세사기의 피해를 알게되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으나, 나의 괴로움의 시기는 그만큼 길어졌던 것이었다.
당시 나는 멀쩡한 것 같았으나 꽤나 우울했었다.
이건 후에 알게 된 거지만, 전세사기 사건이 끝난 이후로 나는 악몽을 꾸지 않았는데 그 당시에는 거의 매일 악몽을 꿨다. 술을 마시면 즐거워서 웃던 나는 술만 마시면 울었다. 괜히 화를 내고, 짜증이 많아졌다. 나는 그게 내가 이상한 거라고 생각을 못 했으나, 내가 홀로 꽤나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전세보증보험은 물론 좋은 제도지만, 이건 진짜 '보험'일 뿐이었다.
무조건적으로 내 돈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 절차에 맞춰 제대로 된 서류를 내야지만 심사를 통과해 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너무 당연한 일은 맞는데, 그렇기에 나는 매일 내가 준비한 서류가 조금이라도 잘못 됐을까봐, 뭔가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며 보증보험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수많은 사례들을 보고 또 봤다.
그런데 그 노력이 가상했던 것일까?
갑자기 내 눈 앞에 작은 희망이 하나 생겼다!
나는 연장 계약을 한 상태였는데, 나처럼 계약을 연장한 경우!
계약 연장 당시, '계약 갱신권'을 사용했으면, 계약이 중도해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말이 뭐냐면!
일단 전세보증보험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단계가 필요하다.
1.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통보 (문자,내용증명,공시송달 등) ▶ 나는 현재 여기 단계
2. 계약 해지 통보가 마무리 된 후, 임차권 등기 설정
3. 1+2번을 한 후,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전세보증금 반환 신청
4. 반환 신청이 허가되면, 명도를 하고 이사
그런데 이 단계가 간단해보여도, 여기에 꽤 많은 시간이 든다.
케이스가 많지만 정말 보편적으로 따지면 이렇다.
1.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통보 (문자,내용증명,공시송달 등)
▶ 대개 내용증명을 받지 않아, 공시송달까지 가면 내용증명을 보내고 반송받는 시간(못해도 1-2주이상), 공시송달돼서 이게 인터넷에 게재되는 시간(최대 2주)
이 모든 게 되어야 해지 통보가 된 것이며, 일단 계약 종료 3개월 전에 이 단계를 마무리해야 하므로 어쨌든 이 단계를 다 거치고도 '3개월 뒤'가 되어야 계약 종료 시점이 옴.
이 단계에서 3-4개월 소요.
2. 계약 해지 통보가 마무리 된 후, 임차권 등기 설정
▶ 문자, 내용증명, 공시송달등으로 통보를 한 후에 진행해야 하며,
이 단계에서 최소 1-2주일 소요.
3. 1+2번을 한 후,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전세보증금 반환 신청
4. 반환 신청이 허가되면, 명도를 하고 이사
▶ 이후의 단계는 서류를 접수하고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지만, 1-2개월에서 늦어지면 더 길어지므로 여기서는 시간을 알 수 없음.
어쩄든 완전히 속전속결은 아니라 최소 1-2개월소요.
한 마디로 '나 전세사기 당했어요.'를 알고 나서,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너무 럭키지만!
돈을 돌려받기까지 속을 썩이는 시간은 최소 반 년은 된다는 소리다.
근데 보통은 계약 기간 즈음해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나는 우연히 계약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알게 됐으니 계약 종료까지 1년을 기다린 뒤 다음 단계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면 못해도 1년 반은 고생을 해야했다.
그러면 나는 계약이 끝나는 1년 뒤(아마 저 시점에서는 8개월쯤 뒤였던 것 같다)까지 기다리지 않고,
당장 계약을 끝내자는 '내용증명'을 보내서 3개월 뒤로 계약을 종료시킨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거다!
그래서, 나는 교도소로 내용증명을 보낼 때 그냥, 지금 당장, 롸잇 나우! 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물론 그래도 3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원래의 계약 해지 시점보다 훨씬 빠른 날짜로 계약 해지가 당겨질 수 있었고 그럼 나 역시 다음 단계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내용증명을 신나게 보내고 난 뒤에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사실 시간과 싸울 것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게 전화가 걸려왔다.
... 저는 집을 안 팔았는데, 매매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