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다희와 엄마와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다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녀왔다. 차가 생기니까 이런 점이 좋았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오전 10시 반 즈음 길을 나섰고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밖의 풍경은 맑고, 청량하고, 평화로웠다. 내 마음이 너그러워서 그런 게 아니다. 이게 다 차 안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밖에 서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염하의 더위에 이게 9월이 맞는지, 6월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건지 헷갈릴 테다. 아니다, 6월 더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지구는 미쳐 돌아가고 있다. 미안해, 지구. 내가 커피 테잌아웃을 너무 많이 했다.
가는 길에 갑자기 엄마는 "딸들 덕분에 이런 데도 다 가보네"라고 하셨다. 엄마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 나는 매번 엄마를 제외한 사람하고만 공연을 보러 다녔다. 다희랑도 가고, 다희 친구랑도 가고, 남자친구랑도 가고, 또 전 남자친구들이랑도 가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어 엄마한테 미안해졌다. 특히 주말 오전 엄마와 노래를 틀어놓고 아침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시간마다 더욱이 그러했다. 딥퍼플이니 레인보우니 조금은 올드한 락그룹의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한 엄마와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라이브로 들으면 어떨까'라고 운을 떼며 우리 맘대로 콘서트 장에 있는 우리를 상상하곤 했기 때문이다. 항상 ‘기회가 되면 꼭 보러 가자'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언젠간 꼭 엄마와 페스티벌에 가고 싶었고, 그게 지난 주 주말이었다. 내가 서른이 넘어서야 함께 가는 첫 페스티벌인데도 엄마는 우리 자매에게 고마워했다. 서대문구를 지날 때쯤엔 이 나이에 페스티벌을 가게 되었다-며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울컥할 수밖에 없는데. 직접 말하긴 쑥스럽고 열적어 말하진 않을테지만, 같이 가주어서 내가 더 고맙다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엄만 가기 전부터 나름 열심히 예습했었다. 그리도 좋아하는 너드 커넥션 노래도 반복해서 들었다. 재봉틀을 배우는 공방에서 누군가 엄마에게 '어느 가수를 좋아하냐'라고 물었고 엄마는 그렇게 취향과 기호를 묻는 질문이 오랜만이었는지 고심 끝에 '너드 커넥션'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 엄마와 동행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너드 커넥션이었다. 거실에 있는 마샬 스피커로 너드 커넥션 노래를 무한 반복했다. 가장 유명한 곡이라 식상할 수도 있지만 '좋은 밤 좋은 꿈'이 나올 때 엄마는 이 노래는 꼭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우리가 들었던 대부분의 노래들이 당일에는 불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공연은 n 년 후에도 추억거리로 삼을 수 있는 노래로 그득했고, 다행히도 '좋은 밤 좋은 꿈'을 불러주었다.
해가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레이첼 야마가타 공연을 보러 일찍이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인기쟁이는 아니었는지 무대 바로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이번 페스티벌 음향이 엉망이라 가수마다 음향사고가 일어났는데 레이첼 야마가타의 공연도 첫 곡부터 말썽이었다. 수습하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리는지 나머지 사람들이 손을 쓰는 동안 그녀는 혼자 기타를 들고 Duet 을 불러줬다. 우리가 너무 좋아하던 노래라 반가워서 엄마를 쳐다봤더니 울고 계셨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노래야 원래 사람을 울리는 법이고, 음악이 쿵쾅대는 곳에 가면 내 맘도 절로 같이 쿵쾅거리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면 이치일 텐데. 꿈이 없던 대학생 다솜과 갈 곳 없던 취준생 다솜을 볼륨이 큰 노래들이 얼마나 울렸었는지. 허나, 최근의 나는 걱정근심 없고 평온한 상태라 예전만큼 울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 노래를 듣고 운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래서 내가 운 건, 노래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라는 걸 경솔하지만 어느 정도 확신한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더운 날이어서, 돌아온 나는 더위를 먹었다. 다음날 더위 먹은 몸뚱어리를 이끌고 출근길에 오르니 죽을 맛이었고, 입맛을 사라졌으며 하루 종일 온몸이 불덩이 같아 큰 병은 아닌지 걱정도 한참 했다. 하지만 퇴근하고 와서 다시 듣는 엄마의 공연 후기에 가길 잘했다는, 더위를 먹을 운명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녀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런..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