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 기술적 광고가 중요하지 않은 이유
차은우를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은 묻지 않는다. 어디 출신인지,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연봉이 얼마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얼굴 하나로 모든 의문이 지워진다. 잘생겼으니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출신이 좋다면?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다가온다.
반면, 평범한 사람은 다르다. 얼굴로는 사람을 끌어당길 수 없으니, 본인을 설명해야 한다. ‘어디를 나왔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연봉은 얼마고, 집안은 이렇다’며 스스로를 포장한다. 겉으로는 근사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그런 말에 혹해 다가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속물이다. 정작 그 사람 자체를, 깊이 있는 내면을 보고 다가오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꼭 잘생기지 않아도 진짜 좋은 사람들은 결국 주변에 좋은 사람을 모은다는 사실이다. 성격이 괜찮고, 가치관이 분명하고, 성품이 곧으면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다. 외모보다 그 사람이 가진 ‘태도’와 ‘방식’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
이게 바로 브랜딩의 본질이다.
대형 브랜드는 일종의 차은우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품질이 어떠한지 깊이 따지지 않아도 사람들은 사고 싶어 한다. 오히려 대기업이라는 출신만으로 신뢰를 준다. 광고도 굳이 디테일을 늘어놓지 않는다. 로고 하나, 슬로건 한 줄이면 충분하다.
반면, 인디 브랜드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얼굴로는 사람을 끌어당길 수 없으니, 끊임없이 설명한다. 우리 기술이 어떻고, 성분이 어떻고, 제품력이 어떻고, 남들과 뭐가 다른지 주절주절.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그런 설명에 피로를 느낀다. 특히 화장품 시장에서 그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화장품을 고를 때, 마치 사람을 고를 때와 비슷한 본능을 따른다. 겉모습이든 스토리든, 직관적으로 ‘좋다’는 느낌을 받으면 선택한다. 그런데 설명이 길어지면, 마치 소개팅 자리에서 ‘저는 어디 학교 나왔고, 지금 어디 다니고, 얼마 벌고요…’라고 늘어놓는 것처럼 부담스럽고 부자연스럽다.
화장품 시장은 취업시장이 아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일일이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왜 이걸 만들었는지’ ‘이걸 통해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지’가 더 큰 울림을 준다. 결국 제품 뒤에 숨은 ‘사람의 진심’이 브랜드를 살리고, 소비자를 설득한다.
기술은 기본이다. 이제 사람들은 ‘기본을 넘어선 이유’를 찾는다. 브랜드가 곧 사람이라면,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게 결국,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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