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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Aug 14. 2024

발이 이끌리는 곳이 곧 목적지가 되는

영화 <타락천사>의 주인공 지명이 버스 안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몽콕 야시장에 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서 전시되어 있는 시계, 그림, 의류, 기념품, 장식품 등을 홍보하며 줄지어져 있는 수많은 점포들. 그곳에 둘러싸여 구경하는 사람들. 홍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거리다.

최근 10년 간 정부가 무허가 간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12만 개에 달했던 간판의 개수가 현재 500개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갈망했던 영화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에서의 홍콩은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몽콕 야시장에서 즐길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낮에 그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밤이 깊어지니붐볐던 골목은 적막해지고 점차 고요해졌다.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보니 아직 21시. 아직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내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모르는 골목이 있으면 발길이 닿는 데로 구석구석 들어가 샅샅이 훑었다. 온전히 발끝의 감각만을 의존하고 믿은 채로. 내가 향하는 곳이 곧 목적지가 되는, 또 다른 작은 여행을 했다.


그러니 사진 속 풍경이 내 앞에 나왔다. 횡단보도라고 부르기에는 꽤 나직한 곳에 두 연인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그 앞을 가로지르는 택시 한 대와 틱-틱-틱 소리가 나는 홍콩의 빨간불 소리. 정말 찬란했던 순간. 이렇듯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과 눈부신 건물 야경도 좋지만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낯익은 야경도 좋다.


눈으로 담고 마음에 풍경을 새겼던 숙소로 돌아가는 30분. 나는 숙소 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신라면 큰 컵과 괜찮아 보이는 포도 탄산 주스를 사 갖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드리 누워 펜을 꺼내 일기를 썼다. 오늘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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