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과 스트레스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T3, T4)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데 머리카락의 탄력 및 회전주기부터 간세포의 성장과 하루하루의 기분까지 광범위합니다. 그리고 갑상선호르몬은 갑상선자극호르몬(뇌하수체호르몬)에 의해서 조절되고 분비된 갑상선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억제합니다 (되먹이 기전). 또한 시상하부에서 비만, 염증물질 등에 의해 미세하게 조정됩니다. (그림 1)
또한 이러한 조절 기능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정교하게 조절되는데 (항상성, homeostasis) 지속적인 외부자극에 의해 새로운 평형상태에 도달하는데 이를 알로스타시스 (allostasis)라고 합니다. 알로스타시스는 갑상선기능이 둔화된 유형 1과 기능이 활발한 유형 2로 나뉩니다. 예로 들면 금식이 오래 지속되면 유형 1로 바뀌고, 살이 찌면 유형 2로 바뀝니다(그림 2).
스트레스는 이러한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칠까요? 스트레스는 불안장애, 우울증, 불면증, 편두통 등의 신경정신과 질환, 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소화기계 질환, 고혈압,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아토피 피부염, 단순포진, 대상포진 등의 피부질환까지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갑상선도 예외는 아닙니다. 갑상선염의 한 형태인 그레이브스병과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거나 심해집니다. 그럼 이런 갑상선염이 없는 일반인에서도 영향을 미칠까요?
그전에 스트레스의 정의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스트레스 정의는 까다로운데 첫 번째는 사람마다 다르고(inter-personal), 같은 사람에서도 상황마다(intra-personal)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넘는 압박이나 요구를 느낄 때 경험하는 반응입니다. 이는 외부적 환경요인, 내적갈등, 개인 간 갈등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정량화하여 숫자로 표현되었을 때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데, 이러한 스트레스를 정량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정량화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설문지이고 다른 방법이 코티졸, 프로락틴 등의 스트레스시에 변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스트레스 연구 시 부딪히는 두 번째 난관은 두 방법 간의 불일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뇌에서 인지하는 것과 신체가 반응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여 혼란을 막기 위해서 외부자극은 스트레스 요인(stressor)라고 하고 이에 대한 신체의 반응은 알로스테틱 부하(allostatic load)라고 새롭게 명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어 활용되는데 그중 하나가 반복적 측정입니다.
이러한 외부반응의 스트레스 요인과 신체반응 (allostatic load)의 불일치하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미혼의 아들(34세)이 황혼의 이혼을 결정한 부모님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황혼 이혼이 결정되고 이미 몇 개월이 지났고, 아들은 심적으로 동의할 수 없으나, 두 분의 결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상담 시에는 설문지 상에 스트레스는 없다고 작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피검사에서 TSH는 상승하였고, 저자는 외래 진료 후 설문지를 정리하면서 설문지와 피검사결과가 불일치함을 발견하여, 진료 후 따로 전화 상담을 했습니다. 아들은 직장생활이나, 업무량에는 변화는 없었고, 부모님의 황혼 이혼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이혼하는데 왜 스트레스받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했고 환자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가끔 생각나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남성은 부모님의 이혼이 인지적으로 스트레스가 아니었지만 신체적인 반응은 달랐던 것입니다. 인지와 신체반응의 부조화입니다.
또 다른 예는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 사례입니다. 할머니는 손주를 봐주는 게 기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설문지에는 스트레스가 없다고 했지만 피검사에서는 TSH가 상승하여 갑상선 기능저하증이었습니다. 손주를 보살피는 것은 아무래도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니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TSH가 상승했습니다. 스트레스라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라 없다고 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부정적인 의미의 디스트레스(destress)와 긍정적인 의미의 유스트레스(eustress)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굳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자 설명하자면 할머니가 손주의 탄생과 돌봄을 스트레스가 없다고 한 것은 eustress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TSH가 상승했음에도 할머니가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인지와 신체반응의 부조화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는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통계적인 방법과 방법론적인 조작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갑상선 수술 후 갑상선이 없거나 절반만 남아 있는 경우에는 항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들 환자들은 반복적으로 갑상선 수치를 측정하여 인지와 신체반응의 부조화를 확인하고 이러한 다양한 상황들을 인지하는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이를 위한 선행 연구로 '갑상선 수술 후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어떤 상황들이 있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 (Lee J, Med Sci Monit, 2022; 28:e937957& Lee J, J Endocrin Surg. 2024.Mar;24(1):1-8).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갑상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에서는 갑상선 전제술을 받았거나(58명), 엽절제술을 받았으나 갑상선염이 없는 환자들을(48명)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이연구에서 스트레스가 있은 경우에 TSH가 상승하였고, 설문지(SOSS)에서 스트레스가 낮은 경우보다는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에 TSH수치가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3). 저자의 이 연구에서는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연구 대상자들이 갑상선 수술을 받은 분으로 종결점 (endpoint)을 T3, T4( 갑상선 호르몬)과 되먹이 기전을 고려하지 않고 TSH로 만으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에서 첫 번째 난제인 인지 부조화는 두 번의 반복측정 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TSH가 높았지만 스트레스가 없다고 해서 인지와 신체 반응(allostatic load)의 부조화가 있는 분들에서 진료 시에 개방형 질문(open ended question)으로 심층 면담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후향적 연구를 통해 보고한 내용으로 갑상선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서 TSH가 상승하는 경우는 표 1과 같이 이사, 이직, 승진, 갈등, 질병, 경제적 문제, 가정문제, 자녀문제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의 시작, 아르바이트 시작, 운동 시작 등 다양했습니다 (표 1)(Lee J, J Endocrin Surg. 2024.Mar;24(1):1-8).
그렇다면 일반인에서도 갑상선은 일상적인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나요? 아직 결론은 없습니다. 여러 논문들이 있으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결론을 짓기가 어렵습니다. 갑상선 수술을 받거나 갑상선 기능 이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논문들의 결과들을 살펴보면 일상적인 스트레스 후에 어느 논문에서는 TSH가 올랐다고 하고 다른 논문에서는 free T4가 상승했다고 하여 서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는 정상인에서는 스트레스시에 TSH 뿐만 아니라 freeT4, 되먹이 기전까지 고려해야 해서 스트레스와 갑상선의 관계를 규명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TSH, 갑상선 호르몬(T3, T4)의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보면, 둘 다 맞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TSH가 상승하면 TSH가 갑상선세포를 자극하여 T4의 생성과 분비를 촉진하여 혈중 free T4가 상승하기 때문에 두 논문들의 차이는 스트레스 정도와 스트레스 후 검사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논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스트레스가 갑상선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모의 취업 면접과 시험(총 10분)을 보는 중에 갑상선 기능의 변화를 검사하였다. 시험 전 시험 후 TSH, T3, T4을 주기적으로 측정을 했는데 면접과 시험을 받은 15-20분 뒤 TSH는 상승하였고, 110분 후 시험 전 상태로 감소하였습니다 (Fischer et al, 2019). 그리고 이 연구에서는 T4의 상승을 확인하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시에 TSH의 상승 후 freeT4는 몇 시간 뒤 증가하는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Woll- man, 1969; Ekholm, 1990) 10분 정도의 스트레스에서는 freeT4의 분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서 통계적인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의 강도나 노출시간, 그리고 검사 측정 시기에 따라서 TSH가 증가할 수도, T3, T4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 이외에도 정상적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만성림프구성 갑상선염을 얼마나 잘 측정하고 배제하였느냐(control)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또는 하시모토갑상선염)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즉 갑상선이 염증으로 갑상선 기능이 손상되어 있으면 되먹이 기전이 소실되어 갑상선 수술을 받은 것과 같은 상태로 되기 때문에 갑상선염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갑상선염 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를 문진으로만 했느냐, 갑상선 기능 검사로 했느냐, 자가항체 검사로 했느냐, 초음파로 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연구에서는 갑상선수술을 받아 갑상선이 없거나 조직병리검사에서 갑상선염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갑상선염의 문제를 피해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Lee J, Med Sci Monit, 2022; 28:e937957). 즉,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는 인지 부조화, 갑상선 자극 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 그리고 그들의 상호작용, 갑상선염의 배제 수준을 고려하여 반복적 측정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갑상선 기능은 정상인이든 수술을 받은 분이든 지속적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갑상선 수술을 받은 분이거나 갑상선 염증 등으로 기능(capabilty)이 줄어든 사람에서는 TSH가 정상범위 이상으로 증가하여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갑상선 수술을 받으신 분들을 예측 불가능한 일상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곤함이나 손발 붓는 증상 등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경우에는 갑상선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문헌
Charzitomaris A, Hoermann R, Midgley JE, Hering S, Urban A, et al, Thyroid Allostasis-Adaptive Responses of Thyrotopic Feedback Control to Conditions of Strain, Stress, and Developmental Programming, Fron Endocrinol, 2017 Jul 20:8:163. doi: 10.3389/fendo.2017.00163,
S. Fischer, J. Strahler, C. Markert, N. Skoluda, J.M. Doerr, M. Kappert, U.M. Nater, Effects of acute psychosocial stress on the hypothalamic-pituitary-thyroid (HPT) axis in healthy women, Psychoneuroendocrinology 110 (2019) 104438
Wollman, S.H. (1969). Secretion of thyroid hormones. In: Lyso- somes, Vol. 2, J.D. Dingle and H.B. Fell, eds. (Amsterdam: North-Holland Publ.), pp. 483 – 512.
Ekholm, R. (1990). Biosynthesis of thyroid hormones. Int. Rev. Cytol. 120, 243 – 288.
Hong H, Lee J, Thyroid-Stimulating Hormone as a Biomarker for Stress After Thyroid Surgery: a Prospective Cohort Study, Med Sci Monit, 2022; 28:e937957
Lee J, Stress Affects Thyroid Stimulating Hormone and Thyroid Hormone in the Patients Who Underwent Thyroidectomy, J Endocrin Surg. 2024.Mar;2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