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예뻐진 5세대 프리우스, HEV와 PHEV 시승기

잘 달리고 조용하고 넉넉해졌다. PHEV가 더 매력적인 건 반전.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 시승기입니다. 일반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모두 탔습니다. HEV는 LE 3990/XLE 4370만 원, PHEV는 SE 4630/XSE 4990만 원입니다.

등급별 가격차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인조가죽시트, 앞 좌석 전동/열선/통풍 시트, 운전대 열선 및 레인센서 유무와 휠타이어(195/60 R17 or 195/50 R19) 크기 차이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예뻐졌습니다. 원래도 프리우스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한 덩어리 형태의 모노폼을 썼지요. 5세대는 라이트 등의 기교를 줄이고 선을 단순하게 정리해 매우 날렵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지붕의 가장 높은 지점을 뒤로 뺀 건 사실 헤드룸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데, 시트 포지션을 낮추고 듀얼 글라스 루프 덕에 답답하진 않습니다.

특히 A필러의 형상을 다듬고 컬러를 나눠 압박감은 크지 않네요. 시승회 날에 비가 많이 왔는데 앞유리에 맺힌 빗방울 때문에 유리의 기울기가 크게 느껴져 초점 거리 차이가 생깁니다.

PHEV XSE는 디지털 룸미러까지 있어 시선 전환이 좀 힘들더군요. 대신 운전대 너머의 계기판은 매우 선명하고 다양한 정보를 딱 요약해 보여줘 쓰기 좋습니다.

1열은 다리, 어깨와 머리 등 공간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2열은 1열 승객의 양보가 조금 필요합니다. 1열 시트를 좀 높여야 2열에서 발을 뻗을 수 있거든요. 전체적으로 준중형급 공간은 됩니다. 배터리와 연료탱크를 새로 배치하며 낮아진 트렁크도 좀 더 넓어진 듯싶고요.

프리우스는 3세대부터 ‘달리기 성능’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4세대에서 글로벌 아키텍처인 TNGA를 쓰며 저중심/경량화를 더했습니다. 5세대는 TNGA의 2세대에 해당합니다. 사실 뼈대가 바뀐 것은 어필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오는 성능 차이를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새 프리우스는 다릅니다. 시승하는 내내 ‘어어? 프리우스가 이렇다고?’란 말을 계속하게 됩니다.


HEV는 상대적으로 경쾌합니다. 시스템 출력이 196마력으로 높아진 것과 앞바퀴 주변에 보강된 섀시로 가속할 때와 운전대를 돌릴 때, 이 둘을 함께 할 때의 반응과 느낌이 매끈합니다. 이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각 구성요소(모터/엔진/변속기)의 조화가 좋아진 것과 새로 다듬은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더군요. 빗길인 데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지방도에서도 가볍지 않고 꽤나 든든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소음이 줄어든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섀시를 거쳐 운전대와 엉덩이로 전해지는 것들이 모두 줄었고, 외부에서 도어 등을 통해 투과되는 소리가 정제되며 거친 느낌(Harshness)이 특히 정리되었습니다. 이전 프리우스가 ‘보급형 준중형차‘였다면 새 차는 ’중형 세단‘ 수준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도 말이지요.

PHEV는 HEV대비 늘어난 무게와 더 큰 모터 출력으로 진중한 느낌이 더 큽니다. 모터출력이 120kW(160마력)으로 엔진(151마력) 보다 높은 데다 8.8에서 13.6kWh로 늘어난 배터리 덕에 EV 모드 사용 기간과 상황이 매우 다양합니다. 리튬이온으로 바뀌며 에너지 밀도는 50%가 올라가고 셀 개수는 30% 줄었다던데… PHEV니 당연하다 할 수 있으나 성인 남자 둘이 타고 시원스레 달리기가 쉽진 않으니까요. 프리우스에서 달리는 즐거움이 뭔 소리인가 했는데, 스포츠 모드를 쓰게 됩니다. 탄탄한 섀시와 함께 차를 타는 맛이 커졌네요.

타이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195/50 R19는 구하기조차 힘든, 정말 특이한 사이즈입니다. 시승차의 미쉐린 프리머시 올시즌 외에도 브리지스톤 제품도 있다고 합니다. 폭은 좁아도 19인치 휠을 넣어 전체 직경을 키웠고, 그에 따라 원의 아래 접지면 앞뒤의 닿는 면적을 넓혀 충분한 성능을 냅니다. 생각보다 승차감도 괜찮은 데다 일단 큰 휠이 매끈한 옆 디자인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사실 큰 휠, 넓어진 차체와 지붕 정점을 뒤로 뺀 디자인 등은 모두 공기역학적으로, 결과적으로 연비에는 불리한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 탔던 HEV는 25km/L를 보여주네요. ‘하다 보니 결국은 이렇게 되더라’는 오야 사토키 치프 엔지니어의 말은, 하이브리드 원조인 토요타의 저력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적으로는 HEV가 가격과 편리함(사실은 무심함)에서 더 팔리겠으나, 개인적으로는 PHEV의 의미가 더 크더군요. 일단 국산차가 전혀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고, 5천만 원이 안 되는 가격도 PHEV에서는 경쟁력이 있고요. 특히나 요즘 아파트를 중심으로 많이 보급되기 시작한 완속충전기 덕에 사용성도 크게 좋아졌으니까요. 늘어난 배터리와 높아진 전기모터 출력으로 정말 전기차처럼 쓰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국내 PHEV 보조금이 사라진 건 2021년이었습니다. 사실상 한정된 보조금을 BEV에 몰아준 셈인데, 배터리 가격이 오르며 차값이 뛰고 판매가 급감한 지금의 상황을 보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습니다. 전기차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난 지금은 다시 PHEV의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잘 달리는 프리우스 PHEV를 타보니 말입니다.


#토요타 #프리우스 #5세대프리우스 #시승기 #HEV #PHEV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작가의 이전글 이쯤 되면 미친 거지, 현대차가 N으로 노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