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폭스바겐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 R라인 4모션 시승기

명불허전, 디젤 세단은 아직 죽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 R라인 4모션을 탔습니다. 어디 멀리 간 것도 아닌데 이틀 동안 200km 넘게 달렸습니다.

외관이야 익히 알려진 그대로입니다. 스포티함을 입은 R라인이라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미러 아래와 시트 등받이 등에 ‘R’이 새겨져 있습니다. 245/35 R20 사이즈의 휠타이어가 큼직해 더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실내는 폭스바겐이 그렇듯 단정합니다. 물론 헤드레스트 일체형 앞 버켓시트라던가, 카본 패턴을 쓴 나파가죽, 은은하게 빛을 내는 무드라이트 등 적당한 화려함도 있습니다. 인테리어가 너무 요란하면 사실 내 차로 오래 타기에는 좀 질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 정도가 딱 좋네요.

스크린들은 매우 선명하고 해상도가 좋습니다. 특히 센터 스크린은 크기가 넉넉하고 근접센서가 있어 제어하기도 편합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반사판 작동이 조용한 건 좋은데 크기가 좀 작고 글씨가 흐린 건 아쉽더군요. 후방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로 전환해 볼 수 있어 주차가 편하고요. 다만 상대적으로 영상에 살짝 딜레이가 있더군요.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 2열과 트렁크도 충분합니다. 저 정도 남는 건 그랜저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테온은 차 길이가 4865mm에 휠베이스 2840mm이고 그랜저는 4990mm에 2885mm입니다. 적당히 크고 안락합니다. 쿠페 스타일 때문에 2열 머리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는데, 제가 앉고 저 정도가 남습니다.

어쩌다 보니 2인용 접이식 벤치 캠핑 의자를 가지러 가야 했는데요, 시트를 접을 필요도 없이 트렁크에 쑥 들어갑니다. 집에 와 줄자로 재보니 길이가 110cm가 넘네요. 해치백 스타일로 트렁크가 열려 활용성이 더 좋습니다.

참 오랜만에 디젤 엔진을 얹은 승용차를 탔더군요. EA288 에보 엔진은 전동화에 열심인 폭스바겐 그룹이 ‘균형’ 차원에서 내놓은 엔진이지요. 아직 공식 기준이 나오지 않은 유로7을 충족할 정도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합니다. 200마력/40.8kg.fm의 출력을 냅니다. 네바퀴굴림인 4모션과 7단 DSG가 달렸습니다. 공인 연비는 복합 13.8km/L, 시내 12.4/고속도로 16.2입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 디젤 엔진의 소리와 진동이 확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차의 소리와 진동이 크다는 말이 아닙니다. 반나절쯤 타 익숙해지니까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호대기 등 정차시에는 어쩔 수 없이 진동이 느껴지는데, 엔진을 멈추는 스톱스타트가 매우 적극적으로 작동해 불편함을 줄여 줍니다.

되려 제가 그간 탄 차들이 최소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거나 전기차인 경우가 많아, 운전자로서 이런 파워트레인에 익숙해진 혹은 길들여진 것이지요. ‘Electrified’는 차만 되는 게 아니라 운전자도 바꾸게 되니까요.


익숙해진 후에는 잘 달리고 잘 멈춥니다. 특히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감쇠력 변경 폭이 제법 크고, 림은 두툼한 3 스포크 R 모델용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가벼운 쪽이라 타고 다니기 편합니다.

마지막 사진이 이 차를 탈 이유라 하겠습니다. 혼자 타고 스포츠 모드로 다녔을 때 13.9km/L, 밀리지 않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정속 주행했을 때 21.xxkm/L의 연비가 나왔습니다. 특이하게도 누적 연비가 20km/L를 넘어가면 소수점 이하를 안 보여주더라고요. ㅎㅎㅎㅎ


그리고 맨 아래가 206km 주행 후 결과입니다. 평균속도 28km/h로 기록한 평균연비가 14.2km/l이고요. 주유 후 206km를 달렸는데 주행가능거리가 760km가 뜹니다. 대충 한번 주유로 950km는 가겠더군요.


오피넷 기준 오늘자 전국 디젤유 평균 가격이 1850.4원이고, 연료탱크 66L를 가득 채울 때 12만 원이 조금 넘는데, 이걸로 거의 천 km 정도 달릴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중장거리를 자주 오고 가거나, 고속도로 정속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유지비는 더 떨어지겠지요.

몇 번 말씀드린 것처럼 전기차의 시대가 되더라도 내연기관차는 꽤 오래 살아남을 겁니다. 과거보다 좋아진 연비와 낮은 온실가스 배출을 기본으로 부피와 무게 대비 배터리-전기모터 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화석연료의 역할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테온은 폭스바겐이 만들었던 디젤 엔진을 쓴, 과거부터 이어온 자동차의 정점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폭스바겐 #아테온 #아테온R라인4모션 #EA288에보엔진 #연비좋네 #잘달려요 #시승기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작가의 이전글 국내 최대 수소쇼 H2 MEET 관람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