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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시의 운전요령 -도로를 살피고 차를 알자

차의 제원과 도로를 알아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행사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잠수교를 통제할 모양이더군요.  저도 집에 왔는데, 빗길 운전 요령에 대해 몇 가지 생각난 것이 있어 적어 봅니다.


우리나라 기후가 열대화 되고 있다는 건 국립기상원의 자료로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30년이 그 이전 30년보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줄었으며, 매년 강수량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수일수는 그리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결국 비가 올 때 많이 온다는 말이 됩니다. 지금처럼요.


이럴 때는 도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므로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차를 갖고 나왔다면 안전운행을 위해 확인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가능한 도로의 높은 곳을 달리자.

당연한 이야기 같을 텐데요, 노면에 물이 고인 곳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도로에는 구배라고 하는, 경사가 있습니다. 차의 진행 방향인 종단구배는 오르막/내리막의 기준이 되고요, 도로 좌우의 기울기인 횡단구배는 대체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양쪽 끝으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이 말은 중앙선에 가까울수록 물이 쌓일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되고, 바깥쪽 차선으로 가면 고인 물들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여기에 곡선로, 코너를 만들 때 도로 전체를 기울이는 편구배가 있습니다. 당연히 설계속도와 도로곡률 등에 따라 기울기가 정해지는데, 이 경우 왼쪽으로 돌아가는 코너의 경우 오른쪽 차로가, 오른쪽으로 도는 경우 왼쪽(중앙선에 가까운) 차로에 물이 덜 고이게 됩니다. 높은 지역이니까요.


이 두 가지를 기억하셔서 차로를 선택하시면 최소한의 물구덩이를 피할 수 있습니다.


2. 도로 연석 주변을 잘 살피자.

1번을 주의해도 물구덩이가 생긴 곳을 지나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문제는 깊이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최소한 진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좋은 기준은 길 좌우 끝의 연석, 즉 도로 경계석입니다. 국내 도로 시설 규칙에는 이 높이를 250mm 이하로 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도로의 종류, 횡단보도 등 설치 위치에 따라 높이는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는 150mm~225mm 정도가 많은데, 표준은 150mm이고 높아도 차 문을 열었을 때 걸리지 않기 위해 200mm 이하를 권장한답니다.

그러니까, 비가 많이 와 이 사진처럼 차도와 화단을 구분하는 경계석이 저 정도로 잠겼다면 물이 얼마나 깊은 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사진 정도라면 15~18cm 정도는 물이 차 오른 정도입니다. 만약 저 경계가 안 보인다? 20cm 이상 깊은 곳이라는 말이 됩니다.


3. 차의 제원을 알고 기능을 적극적으로 쓰자.

이렇게 물이 깊은 곳을 지나는 건 차종마다 능력치가 천차만별입니다. 의외로 자동차의 전기장치는 대체로 방수가 되거나 혹은 어느 정도 젖어도 작동을 합니다. 그러나 엔진 안으로, 그러니까 공기 흡입구로 물이 들어가면 내연기관은 끝입니다.


이게 얼마냐… 대체로 승용차는 20~30cm 정도가 됩니다. 승용형 SUV는 최대 40cm 정도고요. 오프로드 SUV가 50~90cm, 1톤 트럭 중 공기 흡입구가 높게 달린 차들도 이 정도입니다. 요즘에는 공기흡입구 위치가 후드 끝,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에 있고, 흡기 필터 박스 안에 물이 들어와도 한 번은 걸러주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위험합니다.


이 정도면 앞서 설명한 연석이 잠겼을 때 갈 수 있겠다 생각하겠지만 승용차는 매우 위험합니다. 잠잠한 물을 지나도 차 앞에 생기는 물결 때문에 수심이 깊어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만약 갈 수 있다 싶으면 속도를 가능한 줄이고 단호하게 한 번에 지나야 합니다. 사륜구동 등을 선택하고 기어를 수동으로 바꿔 1~2단에 고정한 후 일정한 엔진 회전수와 속도, 방향을 유지하며 지나갑니다. 근데 후드 위로 물이 올라오는 생각보다 깊다? 바로 멈추는 것과 동시에 후진기어를 넣고 천천히 그대로 나옵니다.


만약 여기서 시동이 꺼졌다면? 절대 다시 시동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시동 모터가 강제로 엔진을 돌리는 순간 에어필터 박스에 있는 물이 빨려 들어가며 달귀진 피스톤과 헤드를 작살냅니다. 그냥 꺼진 상태로 창문을 열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흐르는 물이라면 가능한 안전하게 차에서 벗어나 높은 곳으로 가야 하고요. 차가 문제가 아닌 상황인 거죠.


별 일 없이 잘들 지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빗길운전 #폭우운전 #안전운전 #차를알아야합니다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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