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대 신형이라는데 새시는 그대로? 그랜저 정조준?
어제 새 토요타 캠리가 론칭했지요. 9세대 완전 변경 모델입니다. 기본형 XLE와 XLE 프리미엄의 두 가지 트림으로 각각 4800만, 5360만 원입니다. 프리미엄에는 파노라마 선루프, 뒷자리 열선 및 전동 리클라이닝,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이 더해집니다. 다양한 주행보조/안전장비인 토요타세이프티센스(TSS)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휠타이어 크기 등은 모두 같고요.
최근 토요타 디자인의 흐름을 따른 전면 디자인이 가장 눈에 들어오고요, 12.3인치 스크린이 두 개 들어간 실내의 변화도 큽니다.
여기에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출력이 모두 올라 시스템 합산 227마력입니다. 공인연비는 복합/도심/고속도로가 각각 17.1/17.5/16.7km/L로 이전 세대와 같다네요. 공차중량이 1625kg으로 이전세대보다 10kg이 준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늘었다고 들었는데… 여하튼 높아진 출력에 무게가 비슷하니 더 잘 달릴 테고 어쩌면 실 연비도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나중에 시승하며 알아보고요.
지금부터는 생각난 포인트들입니다. 일단 세대가 바뀐 풀체인지라고 하는데, 뼈대의 기본은 이전 세대의 TNGA-K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플랫폼이라서 새 세대인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자동차는 새로운 섀시가 나올 때 “풀모델 체인지”, 6~8년 정도의 라이프사이클 중간에 앞뒤 및 실내 등을 살짝 바꾸거나 파워트레인 변화가 있을 때 “페이스 리프트”, 해당 연도에 사양 등을 추가/삭제하거나 컬러 등이 달라지면 “연식 변경” 등으로 불렸지요. 뒤의 두 종류는 그러려니 해도 풀모델 체인지만큼은 개념이 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섀시를 앞부터 A필러까지(앞 조향 및 구동, 충돌 에너지 흡수 구조 등), A필러 부근 격벽부터 2열 시트 뒤쪽까지(세이프티 케이지, 배터리 구조 등)와 후방 부분의 셋으로 나눈(이것도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모듈러 플랫폼 개념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레고처럼 기본 틀 세 가지를 만들고 변형 및 조합해 쓰는 겁니다. 세그먼트가 달라져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은 좌우 폭을 제외하고, 중간 모듈의 앞뒤 길이와 높이를 바꾸면 세단과 SUV를 오갈 수 있습니다. 강화된 충돌 안전 기준에 맞춰 ’기준‘을 확실하게 만들어 다양한 조합을 통해 빠른 변화에 대응합니다.
이 상황에서 ’새 섀시=새 세대‘라는 과거 기준은 무의미합니다. 따로 개발한 순수전기차 플랫폼이 아니라면, 애당초 다양하게 변형해 쓰겠다고 만든 것을 계속 적당히 개량해 쓰는 것이니까요. 전에 현대자동차 쏘나타 단종 논란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3세대 모듈러 플랫폼은 변형해 모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니까요.
이건 앞으로 나올 많은 자동차 브랜드의 새 차들에 적용됩니다. 내연기관을 얹은 - 순수 엔진차건 하이브리드건 차라면 이 구조를 쓰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근데 어느 브랜드에서 ’엔진 달린 차용 새 섀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앞으로 쓸 제대로 만든 모듈러 플랫폼, 아키텍처가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늦은 거죠.
두 번째는 상품 트림 구조입니다. 새 캠리는 안전장비와 구동계통, 휠 등 디자인이 모두 같고 몇몇 편의장비의 차이만으로 트림을 나눴습니다. 다른 차 회사들의 경우 상위 트림에만 안전장비가 더 있다거나 휠이 더 크고 화려한 걸 넣어, 차를 고를 때 아랫급은 뭔가 부족하게 보여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상위 트림을 선택하게 만들었거든요.
캠리는 누군가에게는 굳이 필요 없다 생각할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나 2열 장비, HUD 유무 등으로 등급을 나눴습니다. 연비 좋고 안전장비 다 갖춘, 충실한 발이자 도구로써의 자동차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본형 XLE를 선택해도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완성된 차를 수입해 대량 판매를 하려는 브랜드로서는 꽤 합리적이고 똑똑한 방향성입니다. 원래 캠리는 그렇게 타는 차니까요.
크기가 더 크고 2열 열선 등이 포함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익스클루시브가 하이브리드 세제혜택 전 가격으로 4924만 원입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HUD, (캠리보다 기능이 더 많은) 스마트센스2를 선택하면 5231만 원이고요. 타깃도 명확해 꽤 깔끔한 상품기획입니다. 재밌네요.
이래저래 많은 것이 바뀌는 시대입니다.
#토요타 #캠리 #캠리하이브리드 #새차 #상품기획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