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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 블랙 꼼꼼하게 둘러보니

1억의 가치는 충분, 디테일을 채워야 할 때

제네시스 GV80 블랙을 탔지요. 3.5 트윈터보 380마력 엔진이 올라간 6인승 풀옵션입니다. 블랙은 전용 22인치 휠을 포함한 내 외장과 AWD 등이 기본입니다. 6인승에는 2열 독립시트, 3열 전동 시트와 에어벤트 등이 추가됩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2열 14.6인치 모니터, 순정 액세서리로 전동 사이드스텝 및 2열 냉온장 컵홀더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최종 가격은 1억 960만 원입니다.


국산차가 1억…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모델은 1억 8430만 원입니다. GV80 쿠페 블랙에 415마력 3.5 터보 48V 슈퍼차저 엔진을 넣고 옵션을 비슷하게(6인승 제외) 맞추면 1억 1735만 원이고요.


벤츠 GLE 450이 1억 3430만 원이고 435마력인 벤츠-AMG GLE 쿠페 53 모델은 1억 5752만 원입니다. 그래도 ‘벤츠하고 제네시스를 비교하기엔…‘이라던가 ’수입차는 할인이 있으니까…‘라는 의문은, 두 개가 서로 상충하는 내용입니다. 아니,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를 사고는 싶은데 역시나 싸게 사고 싶다는 욕망의 충돌이라고나 할까요.

GV80의 6인승은 2열에 들어간 장비들이 좋네요. 큰 모니터나 냉온 컵홀터, 암레스트까지 반으로 나눠 들어오는 열선까지 쇼퍼 드리븐용으로도 괜찮겠더군요.

전동사이드스텝은 밖에서 보기에 2열 부분이 좀 짧고 고정부위가 두 곳이라 불안하지 않나 싶었는데 꽤 튼튼합니다. 랜드로버처럼 차가 기울어지거나 터레인모드를 선택했을 때 사이드스텝이 내려오지 않는 - 그래서 돌 등에 손상을 막는 기능이 있나 싶더군요.

차 자체가 새 차는 아니다 보니 달리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적당히 빠르고 꽤나 조용합니다. 22인치 전용 휠과 미쉐린 올시즌 타이어를 끼웠는데, 차체를 울리는 공진음이나 내장재 잡소리도 없어 전체적으로 고급스럽습니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블랙‘을 최상위 트림으로 넣은 건 잘한 선택입니다.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가 ‘고성능’을 내세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모델 확장성이 떨어집니다. - M vs.M스포츠는 되어도 블랙 vs. ???가 되니까요. 이건 내년 모터스포츠에 본격 진출하며 브랜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을 듯합니다.

중간에 3열시트를 세워 봤는데요, 조용하고 빠른 건 좋은데 툭 떨어지는 커버는 아쉽고요. 3열 공간이 성인에게 정말 비상용 수준인 건 이해가 되는데 2열 시트의 전동조절 모터가 너무 시끄럽습니다. 액세서리로 들어간 2열 냉난방 컵홀더의 냉각팬 소리도 그렇고요.

반면 안전벨트 고정 홀더의 안쪽까지 꼼꼼하게 천을 덧댄 것이나 특히 엔진룸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후드를 열었을 때 쉽고 넓게 잡히는 레버 등은 좋더군요. 과연 이 차의 오너가 엔진룸을 열 것인가… 는 다른 문제고요.

광택 있는 블랙은 묵직한 중대형급 외장 디자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법인용 연두색 번호판이 튀는 게 아쉬울 정도니까요. 주차보조센서 주변의 고무 몰딩이나 타이어공기압 센서가 달린 공기주입구 등도 블랙으로 맞췄다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후자는 일부러 잘 보이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요.


결국 고급차로 갈수록 기능들을 다 쏟아붓는 것만이 아니라 얼마나 섬세하게 디테일을 챙겼나와 그에 걸맞은 스토리가 핵심입니다. 앞서 언급한 전동 사이드 스텝의 경우 조명이 들어오는데, 주변 불빛이 없는 곳에서는 너무 밝더라고요. ’야간에 조명은 밝아야지‘라는 건 기능만 생각한 일반차 브랜드의 레벨이잖아요. 몇 년 전에 탔던 캐딜락 CT5의 은은하게 밝아지는 조명들이 생각나더군요.


액세서리니까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더 큰 문제인 건 브랜드의 철학이 모든 분야에 일관성 있게 발현되지 않는다는 말도 됩니다.

제네시스에서 제공한 텀블러인데요, 이게 그냥 모양으로는 참 예쁘고 쓰기 좋습니다. 근데 센터 콘솔 컵홀더에는 작아서 흔들리고 굴러다니며 잡소리가 납니다. 심지어 도어에도 들어가지 않고요. 이러면 안 쓰게 되지요. 이거 하나 차에 맞춰 못 만드나 싶고요.


출력이 높다고 고성능이 아니듯 기능 많고 비싸다고 프리미엄이 되진 않습니다. ‘아직’은 이라고 하기에도 내년이면 제네시스도 10년이 됩니다. 더 좋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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