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 달리고 쓴 폭스바겐 전기차 ID.4 시승기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꽤 쓸모 있는 전기차.
폭스바겐의 첫 순수전기차 ID.4 시승기입니다. 서울을 출발해 진도와 영암까지, 약 1천 km를 달렸습니다.
길이x너비x높이가 4585x1850x1620mm로 현대 아이오닉5 4635x1890x1647mm보다 살짝 작은데요, 실제 받는 느낌은 꽤 큼직하다입니다. 많은 전기차들이 해치백과 SUV의 중간 어디쯤, 크로스오버의 형태로 만들어져 차 크기 대비 특히 실내공간 등 실용성에서 이익을 봅니다. ID.4도 앞좌석 발공간이나 트렁크 등이 차 크기나 내연기관차 대비 매우 넓습니다.
외관 디자인은 무난합니다. 공기저항계수 0.28cd로 덩치에 비해 잘 나오고요, 3D LED 테일램프가 화려해 야간에 볼만 하더군요. 여러 개의 LED로 필요한 부분에 빛을 비추는 IQ. 라이트는 비 오는 지방국도에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맞은 편 차로의 차 등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요.
실내는 좀 독특하다 느꼈습니다. 12인치 센터 모니터는 카플레이 등에서도 매우 선명하고 시원스럽습니다. 특히 손이 가까이 가면 이를 인지해 글씨와 자세한 설명을 띄워주는 근접센서는, 평소 깔끔한 그래픽과 사용성을 높인 방식입니다.
시트는 탄탄한 메모리 폼 위에 앉은 느낌입니다. 운전석에는 무게 센서가 있어 앉은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공급됩니다. 시동버튼을 누르지 않아 되니 편한데 잠깐 내릴 때는 좀 번거롭더군요.
2열은 엉덩이 쿠션 부분이 좀 높다 싶은데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있고 파노라마 루프 등으로 개방감이 좋아 공간 여유가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위 사진 속의 가운데 살짝 들어간 부분은 도어 암레스트와 연결해 홈을 냈고, 앉았을 때 팔꿈치가 걸리지 않아 매우 편하더군요.
2열 시트 등받이 고정쇠가 풀렸음을 보여주는 빨간 경고 스위치는 그야말로 독일차에서 볼 수 있는 고집 같은 것이라 반가웠는데요. 유리 김서림 제거 스위치들이 공조장치 부근이 아니라 왼쪽 라이트 컨트롤 스위치들과 몰려 있는 건 뜬금없다 생각했는데요, ‘외부를 잘 볼 수 있는 스위치를 묶었다’ 고 생각하면 납득이 됩니다.
IQ.드라이브는 지금 같은 장거리 주행에서 꽤 똑똑하게 작동합니다. 특이한 건 차선(실선이냐 점선이냐) 인식이 빠르고 모터사이클 같이 작은 물체도 확실하게 감지해 작동하고 작지만 선명한 운전석 스크린에 보여줍니다.
더욱이나 특이한 건, 1차로 등에 저속 차가 있어 오른쪽 차로로 추월을 하려고 차선을 바꾸면, 바로 세팅한 속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액셀 페달을 한번 밟아야 다시 지정속도로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이게 오류 아닌가 싶었는데, 위와 같은 경우 1차로의 차가 2차로 변경할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세팅한 것 싶더군요. 2차로에서 1차로로 추월하면 그렇지 않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승차감은 좀 단단한 편입니다. 피렐리 스콜피온 일렉트 타이어(SUV용이지요?)라 편평비가 높은데도 잔진동이 좀 있습니다. 앞 235/50, 뒤 255/45로 뒤쪽이 더 넓은데요, 어차피 출력이 150kW로 200마력 정도니 18인치로 낮춰 연비도 높이고 승차감도 잡는 게 어떤가 싶네요. 가속하는 느낌이나 고속 안정성 등은 넉넉하진 않아도 딱히 부족하다 생각은 안 듭니다. 패밀리용으로 쓰기에 적당해요. 어차피 고성능은 GTX 모델이 있습…
제가 확인한 1회 충전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61km였습니다. 공인복합이 405km이고, 110km/h 이상의 고속 빗길 주행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꽤 잘 나오는 편입니다. 하나 나중에 확인하고 싶은 건 저온 주행거리입니다. 실제 올라오는 길은 기온이 0도 가까이 떨어졌는데요, 완충을 해도 402km가 찍히더군요. 언제 사람들 모아 겨울철 전기차 사용 특집이나 했으면… ㅎㅎㅎㅎㅎ
사실 ID.4를 타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터리 잔량 80% 이상에서의 충전속도였습니다. 위 사진처럼 99%에서도 27kWh가 들어가더군요. 이게 사실 매우 빠른 속도에 해당합니다. 전에 탔던 다른 전기차들은 최대 15kWh에서 최저 5kWh까지 매우매우 느려지거든요.
물론 80 혹은 90%까지 빨리 채워 출발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현대차그룹 e-GMP가 그렇습니다. 반면 폭스바겐은 다른 전기차가 느린 영역을 빨리 채워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방식의 전략입니다. 어느 쪽이 낫다라기 보다 다른 거죠. 이는 배터리 셀마다의 품질에 자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ID.4는 여러 첨단 기술들을 포함해 실용적이고 ‘다른 선택’으로는 충분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스바겐 #ID4 #전기차 #시승기 #자동차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