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연구로 탄소 중립을 위한 기초를 쌓다
지난주 다녀왔던 현대자동차 그룹 기초소재연구소의 선행기술 연구 발표인 나노테크데이 2023에 대한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QR 코드를 확인하시는 쪽이 빠를 것 같네요.
나노미터, 그러니까 십억 분의 1m에 해당하는 크기들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건 탄소 나노 튜브가 있지요. 이번 전시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들 중 6가지를 뽑아 보여줬습니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 도장면의 회복이 있겠으나 실제로는 카메라/라이다 등 주행보조 관련 센서의 표면 흠집 회복이 메인 목적이었더군요. 손상 입은 표면을 말끔하게 자가수리를 해 발수성을 높이면 센서 인식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나중에는 자동차 도장면에도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은 마찰 저항을 줄여 부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고체(가루) 형태인데 문지르니 캡슐이 터지며 오일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게 여성분들이라면 더 익숙할, 화장품 안에 포함된 캡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발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퓨전 과학이더군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소재를 이용해 투명한 태양전지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된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전지의 전환 효율이 26.8%인데,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쓴 것도 26.0%까지 올라갔다더군요. 이걸 거의 투명하게 만들면 자동차의 유리와 차체는 물론이고 건물 - 실제 현대건설과 협력 중이랍니다 -에 썼을 때 응용은, 무한대가 될 것 같더군요. 특히 발전 효율이 좋아 저조도(실내조명 등)에서도 6V 3W LED 라이트에 전원을 공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기차 지붕과 유리에 달아 꼭 야외가 아니라도 차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전기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으니까요.
탠덤 태양전지는 두 가지 태양광 흡수 소재(기존 실리콘 + 페로브스카이트)를 써 효율을 33.7%까지 끌어올리는 기술입니다. 이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투명한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결합한 방식인데, 두 재료가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 파장이 다르기에 가능한 일이더군요.
현대차 그룹이 2018년 쏘나타가 나올 때 처음으로 차 지붕에 태양전지를 썼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습니다. ‘발전양이 작아서 어디다 쓰느냐, 지하 주차장에 세우면 쓸모없다, 선루프도 못 단다, 사고 나면 견적만 올라간다’ 등등으로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근데 비난을 위한 비난인 부분도 있지요. 기술이란 한 번에 짜잔 하고 나오는 퀀텀 점프가 일어나기 매우 어렵거든요. 만약 저 때 저런 비난에 의해 연구를 접었다면 지금의 결과는 없었을 테니까요.
햇볕 아래 세워둔 차 실내의 열을 순환이 아니라 복사를 시켜 온도를 떨어트리는 필름이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체압이 걸리는 부분에 열이 발생하도록 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등도 흥미로왔습니다.
발표 시작 때 기초소재연구실 손현수 실장님의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결국 소재의 연구와 개발이 실제 차에 대한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미래 자동차 산업의 궁극적인 방향인 전동화, SDV, 자율주행 및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요.
당장의 수익과 완성품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것이지요. 실제로는 투자와 기다림이 중요하니 규모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좋은 발표 잘 들었습니다. 좋은 기술로 더 좋은 차가 나오기를, 환경에 더 도움 되는 회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구개발 분야에 있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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