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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 실주행거리 조작 보도를 보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같은 기준으로 테슬라를 봅시다.

이 건은 개인의 운전 습관에 따라 주행가능거리가 바뀌는 것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기사 본문에도 있는데요. 배터리 잔량이 80% 때는 실제보다 더 달릴 수 있는 거리로 “나타내고” 50% 이하로 떨어지면 실제 주행가능거리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주행가능거리를 나타내는 프로그램을 실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차의 성능이 더 좋아 보이도록 ‘조작했다’는 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내연기관 차를 탈 때 연료 게이지도 100%에서 0%까지, 연료 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리니어 하게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연료탱크의 감지 센서가 차 주행이나 정차 시 기울어짐 등으로 실제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주행가능거리 계산은 오랜 시간의 누적 연비를 바탕으로 연료 잔량을 통해 계산해 표시합니다. 그래야 헷갈리거나 오해가 생길 일이 적으니까요. 또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는 시기는 대체로 10L 정도가 남은 시점이라 최소한 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마진을 둡니다.


그간 제가 탔던 전기차들의 주행가능거리 표시는 두 종류였습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내연기관 차처럼 누적 전비를 활용해 나타내는 것인데, 주로 현대차 계열은 최근 주행전비를 바탕으로 반영하더군요. 그래서 전비 주행(장거리 국도, 회생제동 최대, 운전자전용 냉난방 등)을 한 후 100% 충전을 하면 표시 주행가능거리가 훅 늘어납니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2WD 18인치 휠 모델로 600km 넘는 주행가능거리도 확인했으니까요.



그런데 일부 모델, 얼마 전에 탔던 푸조 e-2008은 달랐습니다. 공인주행가능거리가 260km 밖에 안 되는 차인데, 실제로는 388km를 달리고 19%가 남은 상태에서 충전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100%를 채웠는데도 주행가능거리 표시는 330km였습니다. 제가 타기 훨씬 이전의, 차 출고된 이후의 모든 누적연비를 따져 주행가능거리를 표시하더군요. 왜냐하면 제가 차를 받아 출장 가기 전에 100% 충전했을 때 본 숫자는 311km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전비가 높아졌다고 전체 주행가능거리를 훅 올려 표시하면, 주행 환경과 상황(급하게 장거리를 가야 한다거나)이 달라지면 훅훅 떨어지는 주행가능거리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테슬라가 기존의 레거시 자동차 회사들과 다른, 많은 부분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고 미래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걸 부정직하게 마케팅하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 과장 등으로 과징금을 받은 사례가 있고 그래서 전기차에서도 그런 법규 및 사회 통념적으로 기만행위가 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이런 것을 따라 하는 건 결국 그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의 문제인 겁니다. 앞선 기술도 사람들에 의해서, 나쁜 마케팅도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지고 그 위에 일론 머스크가 있는 겁니다. 아무리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선두 주자면 뭐 합니까. 그 좋은 기술을 사람들을 속여 더 차를 많이 팔고 주가를 올리는데 쓴다면요. 더 나쁜 일 아닌가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우리가 아이들을 훈육할 때 종종 쓰는 말입니다. 자동차 회사로는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테슬라가 다른 어른들(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과거에 했던 나쁜 일들만 배워서 따라 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문제는 테슬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어른이라는 점이겠지만요.



늘 드리는 말씀인데 테슬라를 ’혁신 기업‘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 좋습니다. 근데 그게 150년 가까이 쌓여온 ’자동차 산업’의 레거시 전체를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적방패나 투명실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런 일을 ’벤츠나 현대가 했다면 어땠을까‘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시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요.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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