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모드는 이럴 때 써야지요.
#지금여기는
인제군 기린면 방동안내센터입니다.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 아침가리 구간의 입구입니다. 여기까지는 거의 포장도로라 승용차도 올라옵니다. 물론 경사가 급해 나름 재밌고, 조용한 숲길을 달리는 맛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와도 방명록에 이름을 써야 합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및 차 번호를 넣고 방문 목적으로 ‘답사’라고 썼네요.
아침가리골은, 제게 두 개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01년 9월 <4WD&RV>가 <카비전>의 별책 부록에서 독립한 후, “오프로드 도전기”라는 꼭지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오프로드를 소개하는 연재였습니다. 제가 오프로드 경험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초반 몇 달은 유명산 등 가깝고 종종 갔던 익숙한 코스를 가 연습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프로드 코스를 온 곳이 여기입니다. 랜드로버 P38 레인지로버를 타고 와, 월둔에서 들어와 구룡덕봉 정상까지 갔다가 아침가리를 거쳐 방동 약수로 나왔지요.
겨울철이라 구룡덕봉 정상에 섰을 때의 그 칼바람과, 영하 10도에서도 흐르던 아침가리 계곡수, 끊어진 다리를 지날 때의 짜릿함 등은 본격적으로 오프로드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지요.
두 번째는 2007년 지프 캠프입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세일즈 트레이너로 근무하던 시절, 지프 캠프는 가장 즐거운 이벤트였습니다. 특히 2007년은, 참가한 100대의 고객 차 모두를 이끌고 오대산을 관통해 월둔에서 아침가리를 지났거든요. 물론 중간에 끊어진 다리 아래를 지나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순정 상태인 고객들의 차 100대를 큰 손상 없이 용평리조트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역사(?)의 기억을 한참 되새기고 있다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재여… 암튼, 그래서 여기를 지프의 가장 최신 모델이자 파워트레인인 그랜드체로키 4xe를 타고 오니 감회가 남다르네요.
올라오는 길에 등산객들과 교차할 일이 있었는데요, 이 때는 주행 모드 중 ‘Electric’을 선택했습니다. 엔진 작동을 멈추고 전기 모터로만 지나가는 서죠. 기왕 산에 오신 분들인데 배기가스 맡고 싶진 않으실 테니까요.
둘 중 구동에 참여하는 145마력(108kW) 모터로도, 트랜스퍼 로기어에 넣을 필요도 없이 15도 경사는 문제없이 올라가거든요. 이게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구동모터를 넣어 모터 힘을 변속기를 통해 증폭해 쓸 수 있어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아도 달리는 게 가능합니다.
스르륵 조용하게 옆을 지나가니 다들 돌아보시네요. ㅋㅋㅋㅋㅋ 전기차는 아닙니다.
이래저래 재밌습니다. 일렉트릭 모드를 이렇게 쓸 수 있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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