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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그 차를 타다 - 현대자동차 아반떼 N 시승

일상용으로 충분한가, 그돈씨에 대한 대답이랄까.

현대자동차 아반떼 N 시승기입니다. 화요일에 받아 금요일에 보낼 때까지 마지막 사진처럼 어쨌든 360km 정도를 탔습니다. 어딜 특별히 간 것이 아니라 근교 중심의 익숙한 도로들을 많이 다녔습니다. ‘일상 속의 스포츠카’를 확인하고 싶었으니까요. 차는 N라이트 버켓시트가 포함된 풀옵션으로 4060만 원입니다.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9년식 4.4만 km를 뛴 BMW 330i가 3790만 원이네요. 후륜구동에 258마력에 최고속 250km/h와 0-100km/h 가속 5.8초입니다. ‘아반떼를 사느니 차라리 이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게 정답이냐라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그렇다는 점입니다. BMW vs. 현대, 3시리즈 vs. 아반떼, 후륜구동 vs. 전륜구동 등의 질문으로 가치 판단을 거친 결론이니까요.

여기에 다른 질문들을 얹어 봅니다. 어느 쪽이 더 즐거울 것인가? 이건 아반떼 N이 우세할 겁니다. 1545kg+258마력 후륜구동의 고전적 구조가 주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는데, 1520kg+280마력 전륜구동이 절대 떨어지지 않거든요. 게다가 N 모드는 BMW의 그냥 스포츠+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E-LSD가 만든 핸들링이 기본기를 잘 갖춘 후륜구동에 뒤지지는 않으니까요. 새 차의 보증수리와 정비 비용 이야기는 꺼낼 필요도 없겠지요.

특히나 페이스리프트 된 아반떼 N은 운동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 조향과 현가장치 여러 부분을 바꿨습니다. 랙 앤 피니언 요크 스프링을 더 단단하게 물리게 한다거나, 유니버설 조인트 유격을 줄인 것 등은 운전대를 돌렸을 때 반응을 개선합니다. 이게 구형과 신형을 같이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또 E-LSD가 만드는 조향 효과와 무거운 파워스티어링 등으로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근데 저속에서 슬라럼을 하듯 빠른 조작을 할 때나 중고속에서 안 좋은 노면을 지나며 운전대로 좌우 바퀴가 다르게 충격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알겠더군요. 민감한데 꽤 든든하게 버티고 방향을 잡습니다.

서스펜션 쪽도 이런 든든함이 커졌습니다. 전자식 댐퍼가 가장 부드러울 때에도 그렇습니다. 중고속으로 크게 돌아가는 코너 중간에 차가 원심력을 크게 받고 있을 때, 다리 이음매 등을 지나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움직임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서스펜션이 스포츠+일 때는 쿵쾅거리며 요란을 떨지만 타이어가 노면을 잃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스트로크를 늘리며 조금 단단해진 리어 댐퍼 덕에 차 뒤쪽의 흔들림이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이거 좋더라고요.

특히 79만 원 옵션인 19인치 단조 휠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전에 론칭할 때도 썼는데 일반 알로이 휠 대비 개당 3kg이 가볍습니다. 앞바퀴의 감가속 반응, 모든 바퀴의 노면 대응력과 댐퍼의 성능까지 달라집니다. 출력이 똑같은 데 왜 더 빠른 것 같을까 싶었던 것도 이 휠 덕이었고, 앞서 쓴 나쁜 노면에서의 적응력도 이 휠의 역할이 크겠더군요.


그래서 코너 직전 제동과 기어 변속으로 무게를 앞으로 옮기면,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임에도 뒤쪽 댐퍼가 스윽 늘어나며 더 적극적으로 피칭이 생기고 정점을 지나는 순간 액셀 페달을 밟으면 E-LSD가 작동해 바깥 바퀴에 힘을 실어 안으로 파고듭니다. 이걸 이어지는 코너마다 연속 동작으로 박자(?)가 딱딱 맞았을 때는, ‘아, 그래. 운전의 즐거움은 이런 거였어’라는 느낌이 팍 오지요. 웃음이 절로 납니다. ㅎㅎㅎㅎ


각 드라이브 모드별로 배기음이 달라지지요. 에코나 노멀에서는 조용해요. 다만 사람들이 놀라는 백파이어나 버블링 사운드는 4천 rpm이상 올라갔을 때 납니다. 꽤 시끄러운데… 이걸 매일 켜고 매일 내고 다니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에코/노멀 모드에서 공회전 배기음은 더 줄였으면 싶습니다. 에어컨을 켰을 때 부하 때문에 부밍이 커지는 데, 요거만 잡으면 동네에서도 매우 조용하게 다닐 수 있겠더군요.

실내 공간은 넓고 편합니다. 2열 머리 공간이 살짝 작은데 뭐 쏘나타가 아닌 아반떼니까요.  


이건 제 마음대로 만든 공공도로 기준 커스텀 모드입니다. 커스텀 1은 좋은 날씨와 노면일 때, 2는 비가 오거나 노면이 나쁠 때입니다. 운전대 무게, 댐퍼 강도와 엔진 출력 등등을 바꿨지요. 이게 가능한 것도 N의 장점입니다. 버튼 눌러 원하는 세팅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은 연비입니다. 맨 앞에 ‘일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쏘카 아반떼 N 이야기가 많던데 그걸 빌리는 사람들은 N 모드로만 탈 거고요. 이걸 소유하면 평소에는 에코 모드로, 가능한 주말 밤이나 날 잡고 가는 트랙에서나 달릴 겁니다. 그래서 스포츠 주행 40% 정도가 포함된 360km 누적 연비가 9.2km/L면 괜찮더군요.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켜고 90km/h로 정속 주행하면 15.7km/L 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트랙 갈 돈 모으려면 평소 연비가 더 중요하거든요.

맨 앞에서도 이야기했는데요, 그돈씨나 오빠미쳤어 등등은 결국 차의 가치를 어디에 두었느냐의 차이입니다. 그게 틀린 것도 정답도 아니지요. 개인마다 다를 뿐입니다. 그럼에도 아반떼 N은, 저 가격 대비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면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 컬러, 얼티메이트 레드 메탈릭 컬러 예쁘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


#현대자동차 #아반떼N #시승기 #운전의즐거움 #일상의스포츠카 #재밌어요 #ㅎㅎㅎ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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